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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예방약 먹는데도 왜 계속 재발하는 건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예방약을 처방받고 꾸준히 복용했는데도
한 달에 서너 번씩 편두통이 찾아온다면,
대부분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약을 잘못 먹은 건지, 아니면 약이 나한테 안 맞는 건지.”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습니다.
예방약은 편두통을 ‘없애는’ 약이 아닙니다.
발작 빈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 약이죠.
재발이 계속된다는 건, 약이 닿지 않는 곳에 문제가 남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 반복되는 구조를 이해하려면,
뇌가 통증을 처리하는 방식을 먼저 들여다봐야 합니다.
약 한 가지로 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통증 신호를 키우는 물질, 그리고 약의 작동 범위

편두통 발작이 일어날 때 뇌혈관 주변에서
특정 신호 물질이 대량 분비됩니다.
이 물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주변 신경을 과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죠.

최근 편두통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이 통증 신호 물질의 경로입니다.
이 물질은 삼차신경이라는 얼굴·머리 쪽 신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수치가 높아지면 박동성 두통, 빛과 소리 민감성,
구역감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새로운 계열의 예방약들은 바로 이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전 세대 예방약들이 혈압약, 항경련제, 항우울제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이 경로만을 목표로 설계된 약들이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이 경로를 차단해도 편두통이 줄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임상 데이터를 보면, 이 계열 약에 충분히 반응하는 비율은
전체 환자의 절반 안팎에 머무릅니다.
왜 절반은 약이 잘 듣고, 나머지 절반은 그렇지 않을까요.

뇌가 통증을 기억하는 방식, 중추 감작

편두통이 반복될수록 뇌 자체가 변합니다.
처음에는 발작이 올 때만 과민해지던 신경계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극이 없어도 민감한 상태를 유지하기 시작합니다.
이걸 중추 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뇌가 통증 신호에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설정’이 바뀐 상태입니다.
원래는 강한 자극에만 반응해야 할 신경이,
약한 자극이나 심지어 아무 자극도 없는 상황에서도
통증 회로를 켜버리게 되는 거죠.

이 감작 상태가 잡혀 있으면,
통증 신호 물질 경로를 아무리 막아도
뇌는 다른 경로를 통해 통증 반응을 만들어냅니다.
예방약이 경로 하나를 차단할 때, 이미 민감해진 신경계는 또 다른 문재를 찾아냅니다.

중추 감작이 형성되면 두통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도 달라집니다.
두피가 건드리기만 해도 아프거나,
냄새나 빛에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지거나,
두통 없이도 목·어깨가 항상 뻐근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패턴은 중추 감작이 이미 진행됐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예방약으로 잘 조절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걸까요.
핵심은 중추 감작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느냐,
그리고 감작을 유지시키는 다른 요소들이 얼마나 겹쳐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약이 닿지 않는 곳에 남은 것들

편두통 발작은 단순히 뇌 신경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면의 질, 자율신경의 균형, 스트레스 반응의 패턴,
이 요소들이 함께 중추 감작을 유지시키는 토대가 됩니다.

수면이 얕거나 자주 깨는 사람은 뇌가 야간에 신경을 재조정할 기회를 잃습니다.
이 재조정 과정이 빠지면 과민해진 신경계는
다음 날에도 같은 상태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율신경 불균형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혈관 긴장도가 높아지고,
통증 신호 물질이 더 쉽게 분비되는 조건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예방약이 특정 경로를 막더라도,
자율신경이 불안정하면 발작의 토대 자체는 그대로 남습니다.

호르몬 변화가 편두통의 주요 유발 요인인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에 따른 에스트로겐 변동이
통증 신호 물질 분비를 직접 자극합니다.
이 호르몬 요인을 예방약 한 가지로 상쇄하기는 어렵습니다.

편두통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면,
오히려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예방약의 효과가 더욱 떨어지게 됩니다.
약을 더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되는 거죠.

재발 구조를 다르게 보는 것부터

예방약이 잘 듣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단순히 ‘약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약이 닿는 범위와 문제가 자리 잡은 범위가 다른 겁니다.

중추 감작은 한번 형성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고정된 상태로만 남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감작을 유지시키는 요소들이 변하면,
뇌의 설정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편두통의 재발을 ‘약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로만 보는 시각에서,
‘왜 뇌가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지’로 질문을 바꾸는 것.
그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의 시작점이 됩니다.

증상을 누르는 것과 뇌의 민감도를 낮추는 것은 서로 다른 방향의 일입니다.
재발이 계속된다면, 후자의 방향이 따로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 예방약을 얼마나 먹어야 효과가 나타나나요?

A. 편두통 예방약은 보통 복용 후 2~3개월이 지나야 효과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 발작 빈도가 절반 이상 줄지 않는다면, 약의 종류나 용량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예방약을 먹는데도 편두통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예방약은 특정 통증 신호 경로를 차단하지만, 뇌 신경계 자체가 과민해진 중추 감작 상태에서는 다른 경로를 통해 발작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면 불량, 자율신경 불균형, 호르몬 변화 같은 요소들이 이 감작 상태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약 하나로 모든 재발을 막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Q. 중추 감작이 심해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두피를 살짝 건드려도 통증이 느껴지거나, 빛·소리·냄새에 평소보다 훨씬 예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두통 없이도 목과 어깨가 항상 뻐근하고, 작은 자극에도 두통이 쉽게 시작되는 패턴이 동반되면 중추 감작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편두통이 더 심해질 수 있나요?

A. 진통제를 한 달에 10일 이상 반복적으로 복용하면 약물 과용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는 예방약의 효과도 떨어지고 두통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어, 진통제 사용 빈도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편두통이 호르몬과 관련 있는 경우 예방약만으로 조절이 되나요?

A. 생리 주기에 따라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변하면 통증 신호 물질이 더 쉽게 분비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 호르몬 변동이 주된 유발 요인인 경우, 경로 차단형 예방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호르몬 패턴 자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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