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만 봐서는, 그때뿐입니다
편두통에 두통약, 어지럼증에 어지럼약, 상열감에 또 거기 맞는 약. 증상 하나하나에 약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먹으면 그 순간은 가라앉지만, 며칠 뒤 또 돌아옵니다.
약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그 증상을 만들어내는 자리는 그대로 둔 채, 겉에 드러난 증상만 잠시 눌렀기 때문입니다.
신경순환계 증상은 특히 그렇습니다. 교감신경이 밤새 꺼지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고, 잠이 얕아지고,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로 열이 오릅니다. 증상은 여러 개처럼 보여도 뿌리는 하나입니다.
그 뿌리를 안 건드리면, 어느 증상에 약을 써도 그때뿐인 겁니다.
체질만 봐서도, 부족합니다
그럼 체질을 보면 될까요. 체질에 맞는 한약을 지었는데도 별로였던 경험, 해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체질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 사람이 타고난 바탕이니까요. 하지만 체질은 지금 그 사람의 몸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까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같은 체질이라도 스무 해를 시달려온 몸과 작년부터 흔들린 몸은 지금 상태가 전혀 다릅니다. 타고난 바탕만 보고 지금의 흐름을 못 읽으면, 한약은 또 빗나갑니다.
체질과 신경순환,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를 함께 읽습니다. 그분이 타고난 체질, 그리고 지금 그 체질 위에서 신경순환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같은 편두통이라도 그 뿌리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교감신경이 밤새 꺼지지 않는 분, 자율신경과 소화 축이 함께 흔들리는 분, 뇌로 가는 혈류 조절이 처진 분. 여기까지가 신경순환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같은 교감신경 과항진이라도, 열이 잘 뜨는 소양인의 몸에서와 속이 찬 소음인의 몸에서는 그 양상도, 써야 할 한약도 같지 않습니다.
신경순환이 무엇이 흔들렸는지를 말해준다면, 체질은 그 몸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말해줍니다. 이 두 가지가 겹쳐질 때 비로소 그 사람만의 한약이 정해집니다.
비로소 뿌리가 보입니다
먼저 덜어내고, 그다음 바꿉니다
한약을 드시고 첫 한 달, 몸이 먼저 작은 신호를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덜 무겁고, 잠드는 시간이 짧아지고, 속이 편해지고, 어지럼이 오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지금 힘든 게 10이라면 1~2가 덜어지는 순간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안심하고 멈추려 하십니다. 그런데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작은 변화가 왔다는 건 몸이 바뀔 수 있다는 증거지, 뿌리가 바뀌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 굳어진 흐름은 한 달 만에 제자리를 찾지 않습니다. 증상이 덜해진 그 상태를 몸이 기억하고 유지하려면, 뿌리가 바뀔 때까지 흐름을 붙잡아주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먼저 지금 힘든 걸 덜어내고, 그다음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뿌리를 바꿔가는 것. 이 두 단계를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변박사한의원이 한약을 쓰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거리가 멀어도
가까운 곳에서 답을 못 찾으셨다면, 그건 증상만, 혹은 체질만 봐주는 곳이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체질과 신경순환을 겹쳐 읽고, 그 뿌리에 맞춰 지은 한약은, 한 번 제대로 흐름을 잡아두면 멀리 계셔도 그 변화가 이어집니다.
오래된 증상, 이제 뿌리부터 바꿔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