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아프면 목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목에서 시작된 문제가
두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추 추간판에 생긴 변화가
어떤 경로를 거쳐 머리 통증이 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목뼈 사이 디스크가 두통을 만드는 경로
경추에는 7개의 뼈가 있고
그 사이사이에 추간판이 있습니다.
이 추간판이 닳거나 밀려나면
주변 신경이 자극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경추 위쪽, 특히 1번에서 3번 사이의
신경은 뇌 안에서 얼굴과 머리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과 합류합니다.
목에서 올라온 통증 신호가
머리에서 온 신호와 섞이는 겁니다.
뇌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 됩니다.
목에서 보낸 신호인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석하게 되죠.
이게 경추성두통의 핵심 기전입니다.
추간판이 밀려나면서
주변에 염증 물질이 퍼지는 것도
문제를 키웁니다.
염증이 신경을 더 예민하게 만들어서
작은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처음엔 목을 많이 쓸 때만 아프다가
나중엔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묵직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디스크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경추 추간판이 손상되면
그 분절의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주변 근육이 대신 버텨야 합니다.
문제는 어떤 근육이 그 역할을
맡느냐입니다.
원래 경추를 안정시키는 건
목 앞쪽 깊은 곳에 있는
작은 근육들입니다.
그런데 추간판 손상이 생기면
이 근육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합니다.
통증이 있으면 깊은 근육이
반사적으로 억제됩니다.
대신 목 뒤쪽과 어깨쪽의
큰 근육들이 과하게 수축하면서
보상하기 시작합니다.
후두부 아래쪽에 붙어있는
근육들이 단단하게 굳으면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신경이
눌리게 됩니다.
이 신경이 눌리면
뒷머리에서 정수리까지
당기는 듯한 두통이 생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근육이 과하게 긴장한 상태가 지속되면
경추에 가해지는 압력 분포가 바뀝니다.
원래 추간판이 고르게 받아야 할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이미 손상된 추간판이 더 눌립니다.
추간판 손상이 깊어지면
신경 자극은 더 심해지고,
근육은 더 굳고,
두통은 더 자주 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도 변합니다.
계속 통증 신호를 받다 보면
통증을 감지하는 문턱 자체가
낮아져버립니다.
원래는 아프지 않을 정도의 자극도
통증으로 느끼게 되는 겁니다.
이 상태가 되면
목 치료만 해서는 두통이
잘 줄지 않습니다.
반대로 두통약만 먹어도
목의 구조 문제가 그대로이니
약을 끊으면 다시 아파집니다.
추간판의 구조 변화,
근육의 보상 패턴,
신경의 과민 상태.
이 세 가지가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이 두통의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목과 머리 사이, 보이지 않는 연결
경추성두통은 영상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어도 생깁니다.
추간판이 약간만 변해도
신경 수렴 경로를 통해
두통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디스크가 많이 나와 있어도
두통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디스크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그로 인해 신경과 근육과 뇌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느냐입니다.
같은 목 상태라도
어떤 사람은 두통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괜찮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목이 뻣뻣할 때 머리도 아프다면,
그 두 가지가 별개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나의 경로 위에 놓인
연결된 현상일 가능성을
한 번쯤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