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타이레놀이나 게보린을 먹으면
두통이 좀 나아졌는데
요즘엔 약을 먹어도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진통제가 안 듣는 편두통은
뇌혈관과 신경이 만드는
염증 증폭 시스템 때문입니다.
왜 약이 점점 듣지 않게 되는지,
그 기전을 살펴보겠습니다.
뇌혈관이 확장되면서 시작되는 통증
편두통은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면서
시작됩니다.
혈관이 늘어나면
혈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삼차신경이 자극받습니다.
삼차신경은 얼굴과 머리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으로,
혈관 확장을 “통증”으로 해석합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혈관성 두통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편두통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삼차신경이 자극받으면
신경 말단에서
염증 물질이 분비됩니다.
대표적인 게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줄여서 씨지알피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이 염증 물질이
혈관을 더 확장시키고,
혈관벽을 더 예민하게 만듭니다.
혈관이 더 늘어나면
삼차신경이 더 자극받고,
자극이 강해지면
염증 물질이 더 많이 나옵니다.
이게 되먹임 구조로
계속 증폭됩니다.
진통제는 이미 분비된
염증 물질을 줄이는 게 아니라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염증 증폭 자체가 멈추지 않으면
진통제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통증이 넘어서 버립니다.
뇌가 통증에 과민해지는 중추 감작
편두통이 반복되면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뇌 자체가 통증에
과민해지는 겁니다.
삼차신경에서 올라온
통증 신호는
뇌간과 시상을 거쳐
대뇌피질로 전달됩니다.
처음엔 강한 자극만
통증으로 느껴지지만,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뇌의 통증 처리 회로가
점점 예민해집니다.
이걸 중추 감작이라고 합니다.
원래 10이라는 자극이 있어야
통증을 느꼈다면,
중추 감작이 일어나면
5만 되어도 10처럼 느껴집니다.
통증 역치가 낮아지는 겁니다.
뇌가 약한 자극도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혈관 움직임도
심한 두통으로 느껴집니다.
여기에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또 다른 문제가 추가됩니다.
진통제 과용성 두통입니다.
한 달에 10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면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무뎌집니다.
원래 뇌는 스스로
통증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는데,
진통제에 계속 의존하면
그 능력이 약해집니다.
진통제가 떨어지면
뇌는 더 강한 통증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자율신경계도 영향을 받습니다.
편두통 발작 중에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관 수축과 확장의 균형이
완전히 깨집니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
같은 자율신경 불안정 요인이 있으면
편두통 발작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납니다.
증폭 회로를 끊어야 합니다
타이레놀도 안 듣는 편두통은
단순히 통증이 강해서가 아닙니다.
뇌혈관 확장이
삼차신경을 자극하고,
신경에서 염증 물질이 나와
혈관을 더 확장시키는
되먹임 증폭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면 뇌가 통증에 과민해져서
약한 자극도 심한 두통으로 느끼고,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뇌의 자체 통증 조절 능력이 약해져
약 없이는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진통제만 늘리는 건 해결책이 아닙니다.
염증 물질 분비를 막는 예방 치료,
중추 감작을 완화하는 신경 조절,
자율신경 균형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증폭 회로를 끊을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약이 듣지 않는다면,
지금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체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