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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이갈이 밤에 이 가는 소리 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밤마다 아이 방에서 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면,
많은 부모님이 이렇게 생각하십니다.

“이가 잘 안 맞는 건가?”
“크면 저절로 없어지겠지.”

그런데 이갈이는 이의 형태보다
수면 중 뇌와 근육의 관계와 훨씬 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 아이가 잠든 후에도 턱에 힘이 들어가는지,
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잠들어도 저작근이 긴장하는 이유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몸의 근육에 “힘 빼도 된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뇌줄기에서 나오는 이 억제 신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씹는 근육(저작근)도 수면 중에 자연스럽게 이완됩니다.

그런데 이갈이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이 억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습니다.

수면 중에도 저작근이 반복적으로 수축하고, 상하악 치아가 서로 강하게 눌리거나 마찰하게 됩니다.

이건 교합(이의 맞물림)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억제 신호의 문제입니다.

왜 이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까요?

낮 동안 쌓인 긴장 상태가 수면 중에도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시기는 학교, 친구 관계, 학원, 경쟁 등
정서적 자극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이런 긴장이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그 활성화된 상태가 수면에 들어간 이후에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으면
뇌는 여전히 ‘각성 모드’에 가까운 상태로 수면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저작근은 밤새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이 가는 소리로 나타납니다.

턱관절은 왜 문제가 생기는가

이갈이가 반복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턱관절입니다.

턱관절은 수면 중에 완전히 이완되어야 하는 구조입니다.
관절 안쪽 연골 조직이 쉬어야 다음 날 정상적인 씹기 동작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갈이가 있는 밤 동안,
저작근이 만들어내는 힘은 낮에 음식을 씹을 때보다 훨씬 셉니다.

각성 억제 없이 근육이 수축하면 조절 기능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이 힘이 매일 밤 반복되면 턱관절 연골에 미세한 피로가 쌓이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뻐근하거나 입을 벌릴 때 소리가 나는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아이 스스로는 자고 일어났는데 “입이 무겁다”거나
“씹을 때 이상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단계에서 마우스피스를 끼우면 치아 마모는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작근이 수축하려는 힘 자체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장치가 이갈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이갈이의 결과만 차단하는 구조입니다.

수면의 질 저하가 긴장을 다시 키운다

이갈이는 수면 구조를 흔듭니다.

저작근의 반복 수축은 수면 중 미세 각성을 일으키는데,
아이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뇌는 그 순간마다 잠에서 살짝 깨어납니다.

깊은 수면 단계가 자꾸 끊기면, 아이는 충분히 잔 것 같아도 낮에 피로하고 예민해집니다.

예민한 상태는 다시 정서적 긴장을 높이고,
그 긴장이 다음 날 밤 자율신경 활성을 유지시키며
이갈이를 다시 만들어냅니다.

수면이 나빠질수록 긴장이 더 쌓이고,
긴장이 쌓일수록 수면이 더 나빠지는 구조입니다.

아이가 이갈이를 하면서 동시에
잠을 자도 피곤하다거나, 짜증이 늘었거나,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이 연결고리가 이미 작동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갈이를 보는 다른 시각

이갈이를 치아나 턱의 형태 문제로만 보면
증상이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수면 중 저작근 억제가 왜 실패하는지,
자율신경이 왜 밤에도 이완되지 못하는지,
수면의 질이 어떻게 긴장을 다시 공급하는지를 함께 보아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마우스피스는 치아를 보호하지만, 이갈이가 일어나는 밤의 상태는 바뀌지 않습니다.

아이의 이갈이를 ‘크면 없어지겠지’로 지나치기 전에,
지금 이 아이가 수면 중에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면 중의 몸은 낮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갈이는 그 반영의 한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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