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저리면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목디스크를 떠올립니다.
MRI 찍어봤더니 디스크가 있다고 했고,
그래서 저림도 디스크 때문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치료를 해도 저림이 그대로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사실 손발저림은 목디스크 하나로만 설명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디스크 외에도 저림을 만드는 경로는 여러 개이고,
자율신경까지 관여하면 양상이 더 복잡해집니다.
목디스크와 말초신경, 무엇이 다를까
목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면 저림이 생기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저림은 보통 특정 방향으로 뻗어 나옵니다.
경추 5번이 눌리면 어깨 바깥쪽,
6번이 눌리면 엄지손가락 쪽,
7번이 눌리면 중지와 검지 방향입니다.
즉, 저림이 어느 손가락에서 오는지,
어떤 동작에서 심해지는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말초신경병증에서 오는 저림은 좀 다릅니다.
장갑이나 양말을 신은 것처럼
손끝과 발끝이 동시에 저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목만 봐서는 원인을 놓치게 됩니다.
말초신경은 혈당 이상, 영양 결핍, 혈액 순환 문제, 독성 물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디스크와 달리 MRI에서 보이지 않고,
신경전도 검사나 다른 혈액 검사를 통해야
비로소 윤곽이 잡힙니다.
저림에 자율신경이 개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단순한 디스크나 말초신경 손상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저림도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릴 때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땀이 나거나, 심박수가 빨라지거나,
위장이 불편해지는 증상이 동반될 때입니다.
이런 패턴은 자율신경이 같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은 혈관 수축과 이완을 조절합니다.
이 기능이 흐트러지면 말초 혈액 공급이 불균일해지고,
신경은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받지 못한 채
저림이나 감각 이상을 만들어냅니다.
즉, 디스크가 문제가 아니어도,
말초신경 자체가 망가지지 않았어도,
자율신경의 조절 실패만으로 저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방향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면이 나빠지면 저림이 심해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율신경은 수면과 스트레스 반응에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심리적 긴장이 혈관 긴장도를 높이고 이것이 저림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결국 저림을 목으로만 보면
자율신경의 이상을 놓치고,
자율신경만 보면 구조적 문제를 놓칩니다.
이 두 축이 서로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같이 살펴야
왜 오래 낫지 않는지가 설명됩니다.
저림의 진짜 원인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
손발저림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
여러 요소가 겹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목에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저림의 원인이 디스크라고 단정 짓는 건
성급한 결론일 수 있습니다.
40대 이후 성인의 절반 이상에서 무증상 경추 디스크가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즉, 디스크는 있지만 저림과 무관할 수 있고,
저림의 실제 주범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자율신경 이상이 동반된 저림은 위치보다 상황에서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잠들기 전, 스트레스 상황, 추운 환경, 앉아 있을 때.
이런 맥락이 반복된다면 목이 아닌 다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림이 어떤 상황에서 시작되고,
무엇과 함께 나타나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오래된 저림의 실마리를 찾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