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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초기증상 손떨림 경직 이 신호 놓치지 마세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손이 떨리기 시작할 때쯤 파킨슨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에 이미 뇌 속 특정 신경세포의 60~80%가 소실된 상태라는 게 문제입니다.

손떨림은 결과입니다. 그 앞에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먼저 나타나는 신호들이 있거든요.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함께 이해하면, 이 병의 시작점이 훨씬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손떨림이 나타날 때 이미 늦다는 말의 의미

파킨슨병은 중뇌 깊숙한 곳에 있는 흑질이라는 부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줄어드는 병입니다.

이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도파민은 근육에 보내는 운동 명령을 정밀하게 조율합니다.

도파민이 충분할 때는 몸이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속도로.

문제는 이 세포들이 소리 없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30%가 사라져도, 50%가 사라져도 몸은 티를 내지 않습니다.

남은 세포들이 도파민을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손실을 보상하기 때문입니다.

그 보상 능력이 한계에 달했을 때 비로소 손이 떨리고, 걸음이 느려지고, 몸이 굳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때가 이미 60~80% 소실 시점이라는 게 파킨슨병이 특히 까다로운 이유입니다.

손떨림보다 먼저 오는 신호들

운동 증상이 드러나기 전, 몸은 다른 방식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비운동 증상이라고 부르는데, 파킨슨병이라는 연결고리를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첫째는 후각 소실입니다.

음식 냄새가 예전 같지 않고, 좋아하던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호소가 이어집니다.

후각 신경은 파킨슨병 병리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손떨림보다 5~10년 앞서 후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둘째는 수면 중 이상 행동입니다.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심하게 움직이거나, 꿈의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생깁니다.

이를 렘수면 행동 장애라고 하는데, 파킨슨병으로 진행될 위험을 강하게 시사하는 전구 신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는 변비와 소화 불량입니다.

장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신경계도 파킨슨 병리 변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배변이 느려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운동 증상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울감, 무기력함, 자율신경 이상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이 더해집니다.

이 신호들을 각각 다른 문제로 보면 파킨슨과의 연결고리를 놓치게 됩니다.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이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이는 이유

파킨슨병이 어려운 이유는 증상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뇌의 도파민 회로는 운동 명령만 담당하지 않습니다.

자율신경계, 후각계, 수면 조절 회로, 감정 처리 영역까지 도파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각각의 영역이 손상되는 시간표가 다릅니다.

뇌줄기 하부에서 후각구 쪽으로 먼저 병리 변화가 시작되고, 점차 위쪽으로 퍼지면서 운동 회로에 도달하는 구조입니다.

즉, 후각과 수면 문제가 선두에 서고, 변비와 우울이 중간에 오며, 손떨림과 경직이 마지막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증상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하나의 흐름이 보이지만, 각각 다른 진료과를 찾게 되면 그 흐름이 끊깁니다.

후각 저하는 이비인후과, 변비는 소화기과, 우울감은 정신건강의학과, 손떨림이 나타난 뒤에야 신경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증상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진단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직이나 손떨림은 이미 상당한 신경 소실 이후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어떤 접근을 해도 앞서 방치된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비운동 증상들이 각각 별개의 문제로 처리되는 동안, 운동 회로는 계속 조용히 손상되고 있습니다.

신호의 순서를 알아야 하는 이유

파킨슨병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을 때 알아차리는 병이 아닙니다.

후각이 무뎌지고, 잠든 사이 행동이 이상해지고, 이유 모를 변비가 지속되는 그 시절부터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이 신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는 것과, 각각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듭니다.

운동 증상이 드러난 뒤에 대응하는 것보다, 그 전 단계의 신호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게 먼저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들은 무질서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순서를 몰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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