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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편두통 예방약 써도 재발하는 진짜 이유가 뭔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예방약을 몇 달째 먹고 있는데 두통이 줄지 않는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약을 바꿔봐도, 용량을 올려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죠.

그 이유를 약이 안 맞아서, 혹은 더 강한 약이 필요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지점을 먼저 봅니다.

약이 차단하지 못하는 영역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영역이 무엇인지, 오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편두통 예방약은 무엇을 막는 걸까요

편두통 예방약의 역할은 두통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낮추는 것입니다.
베타차단제, 항경련제, 항우울제 계열이 주로 쓰이고,
각각 다른 경로로 뇌의 과활성화를 억제합니다.

이 약들이 공통적으로 노리는 건 뇌의 흥분성 자체입니다.
뇌가 자극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역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죠.

실제로 이 접근은 효과가 있습니다.
발작 횟수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왜 약을 먹는 중에도 역치는 계속 낮아지는 걸까요?

약이 닿지 않는 곳에서 두통이 자라고 있습니다

편두통이 만성화되는 과정에는 두 가지 흐름이 깊이 얽혀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불균형과 통증 역치의 지속적인 저하입니다.

자율신경계는 혈관 긴장도, 심박 변동, 장기 기능 등을 조율합니다.
편두통 환자에서는 이 자율신경계가 만성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감신경이 과항진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혈관의 반응성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혈관이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이 상태는 예방약이 직접 건드리는 영역 밖에 있습니다.

통증 역치 저하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두통 발작이 반복될수록 뇌의 통증 처리 회로 자체가 예민해집니다.
이걸 중추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중추감작이 진행되면, 평소엔 통증으로 느끼지 않았을 자극도 두통으로 인식됩니다.
빛, 소리, 냄새, 수면 부족, 작은 기온 변화까지 전부 방아쇠가 되는 이유입니다.

예방약은 뇌의 흥분성을 어느 정도 낮추지만,
이미 재편된 통증 회로 자체를 되돌리진 못합니다.
그래서 약을 먹는 중에도 역치는 낮아진 채로 유지되고,
발작 빈도가 줄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패턴이 반복되는 겁니다.

여기에 자율신경계 불균형까지 이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소화기 기능이 흔들리고,
호르몬 변동에 뇌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요소들이 통증 역치를 끌어내리는 데 계속 기여하고 있는 겁니다.
예방약 한 가지가 이 연결망 전체를 막기엔 역부족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예방약 너머를 봐야 하는 이유

만성편두통이 낫지 않는다는 건,
약이 닿는 곳 이외의 어딘가에서 두통을 유지하는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한, 역치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두통의 빈도를 줄이는 것과, 두통이 생기는 조건 자체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예방약은 분명히 의미 있는 도구입니다.
그런데 그 약이 다루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
그 영역이 오히려 만성화의 핵심이라는 것을 함께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몸 안에서 두통을 반복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
그게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올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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