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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후 우울증 감정조절 안되는 이유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뇌졸중을 겪고 나서 갑자기 눈물이 나거나,
사소한 일에 분노가 폭발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마음이 약해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의지 문제”라고 치부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단순한 심리 반응이 아닙니다.

뇌졸중 이후 나타나는 감정 변화는
뇌 자체의 구조적 손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활에 집중하면서
운동 기능이나 언어 기능 회복에 집중하는데,
감정 조절 문제는 그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더 복잡하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뇌졸중이 감정 시스템을 직접 건드린다

뇌는 단순히 기억하고 계산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감정을 만들고, 조절하고, 억제하는
정교한 회로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전두엽과 변연계가 있습니다.

전두엽은 감정의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충동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상황에 맞게 감정의 강도를 조절하는 곳이죠.

그런데 뇌졸중이 발생하면,
혈액 공급이 끊긴 부위의 세포들이
수분 만에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전두엽이나 기저핵, 또는 이들을 연결하는 경로가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감정 조절 기능이 무너집니다.

단순히 “슬픔이 많아진다”가 아니라,
감정을 제어하는 회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또한 뇌졸중 이후에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경로도 영향을 받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거나
분노 조절이 어려워지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의 문제입니다.

회복이 더딘 진짜 이유, 감정과 뇌 신경의 연결

재활을 열심히 해도 감정 문제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손상된 부위 주변으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려 합니다.

이 과정을 신경 가소성이라고 부르는데,
이 회복 과정은 수면의 질, 스트레스 수준, 영양 상태,
그리고 감정 상태 그 자체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우울한 감정 상태는 신경 회복 자체를 방해합니다.

뇌에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면
뇌신경 성장 인자의 분비가 줄어들고,
새로운 연결이 생겨나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즉, 감정 조절이 안 되면 뇌 회복이 느려지고,
뇌 회복이 느려지면 다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지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여기에 수면 문제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뇌졸중 이후 불면이나 수면 분절이 흔하게 나타나는데,
깊은 수면 중에 뇌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경 연결을 정리합니다.

수면이 무너지면 이 복구 작업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감정 문제와 수면 문제, 뇌 회복은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운동 재활만으로는
감정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감정 변화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뇌졸중 후 우울증은 전체 환자의 30~40%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경우 “원래 힘든 시기”로 넘어가거나,
재활 치료의 의욕 문제로만 해석됩니다.

하지만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뇌 회복 과정의 일부로 바라보면,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몸의 재활만큼 뇌의 감정 회로 회복도
동시에 고려돼야 하는 영역입니다.

뇌졸중 이후 감정이 흔들리는 것은
마음이 약한 게 아닙니다.

뇌가 지금 회복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다르게 읽을 수 있을 때,
진짜 회복의 방향도 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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