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머리가 안 돌아간다면,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분명 공부하겠다고 앉았는데
10분도 안 돼서 멍해집니다.
눈은 책을 보고 있는데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옵니다.
읽은 문장을 다시 읽고, 또 읽습니다.
이건 게으른 게 아닙니다.
뇌가 일할 조건이 안 되어 있는 겁니다.
왜 공부하려고 할수록
머리가 멍해지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전두엽은 연료가 가장 많이 드는 곳입니다
집중력을 담당하는 곳은
뇌의 앞쪽, 전두엽입니다.
이곳에서 정보를 잠깐 붙잡아두고
처리하는 기능을
작업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고,
풀이 과정을 머릿속에 유지하는 것.
이게 다 작업 기억 기능입니다.
그런데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영역입니다.
산소와 포도당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도 기능이 확 떨어집니다.
뇌 전체가 쓰는 산소의 20%가 넘는 양을
이 작은 영역이 가져갑니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입니다.
공급이 달리면 어떻게 될까요?
머리가 뿌옇고 집중이 안 되고,
방금 읽은 걸 기억 못 합니다.
흔히 말하는 “멍 때림”이
바로 이 상태입니다.
앉아서 공부할수록 뇌에 산소가 덜 갑니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은 점점 웅크러듭니다.
어깨가 말리고
고개가 숙여지고
가슴이 눌립니다.
이 자세에서 호흡은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깊은 숨을 쉬려고 해도
횡격막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얕은 호흡이 계속되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집니다.
목과 어깨 근육이 뭉치면
뇌로 가는 혈관까지 눌립니다.
뇌혈류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산소 공급이 줄어든 전두엽은
에너지 절약 모드로 들어갑니다.
고차원적인 사고 기능부터 꺼집니다.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이
동시에 흐려집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남은 연료마저 태웁니다
수험생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잠이 부족합니다.
잠이 부족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보충되지 않습니다.
전두엽이 일하려면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데,
수면 중에 이게 채워집니다.
4-5시간만 자고 일어나면
탱크가 반도 안 찬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는 겁니다.
여기에 시험 스트레스가 더해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면
처음엔 각성 효과가 있습니다.
긴장하면 잠시 집중되는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게 계속되면
역설적인 일이 벌어집니다.
과각성 상태가 지속되다가
어느 순간 뇌가 스위치를 꺼버립니다.
갑자기 멍해지고
아무것도 안 되는 상태.
이건 뇌의 자기 보호 반응입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따라 무너집니다
집중이 안 되는 수험생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상태입니다.
자세가 무너져서 호흡이 얕습니다.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합니다.
수면이 모자라서
신경전달물질 탱크가 비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높아서
남은 에너지마저 빠르게 소진됩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산소가 부족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스트레스 내성이 낮아집니다.
스트레스가 높으면
근육이 더 긴장하고
자세가 더 무너집니다.
그러면 다시 호흡이 얕아집니다.
카페인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각성해도,
근본적인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방 다시 멍해집니다.
오히려 카페인이 수면을 방해해서
다음 날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료 없이 악셀을 밟을 수는 없습니다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료가 부족한 엔진에
악셀을 밟아봐야 차는 안 나갑니다.
전두엽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먼저입니다.
멍 때림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뇌가 보내는 신호입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일할 수 없다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고
억지로 밀어붙이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입니다.
공부 시간을 늘리기 전에,
그 시간 동안 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