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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중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코가 막히고 목이 따끔거리면
많은 분들이 “그냥 감기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상황은 평소의 감기와 같은 눈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항암치료 중 면역이 낮아진 몸에서는
같은 증상이라도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 면역이 낮아지는 이유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암세포만 빠르게 분열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몸속 백혈구, 그 중에서도 감염을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호중구라는 세포도 빠르게 분열합니다.

그래서 항암제는 호중구 수를 함께 낮추게 됩니다.

호중구 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상태를 ‘호중구 감소증’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는 평소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균도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콧물 조금 흘리고 넘어갈 바이러스나 세균이
면역이 낮아진 몸에서는 빠르게 퍼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면역이 낮아지면 몸이 감염에 반응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감기처럼 보이지만 감기가 아닐 수 있는 이유

일반적으로 우리 몸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때
열, 부기, 통증 같은 염증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건 면역세포들이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면역이 크게 억제된 상태에서는
이 반응 자체가 약해지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감염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증상이 가볍거나 모호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열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고, 증상이 약하다고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항암치료 중에 38도 이상의 열이 나타나는 것은
건강한 사람의 38도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호중구 감소증이 있는 상태에서 열이 38도를 넘으면 ‘발열성 호중구 감소증’으로 보고,
이는 즉각적인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단순 감기로 보고 며칠 기다리면
패혈증으로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항암 중 몸이 감염에 싸우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이해하면,
왜 같은 증상이라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분명해집니다.

흔히 “조금 쉬면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그 시간이
면역이 낮아진 몸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버티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증상이 생겼을 때 몸을 읽는 기준

그렇다면 항암치료 중 어떤 증상이 생겼을 때
주의 깊게 봐야 할까요.

38도 이상의 열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신호입니다.

열이 없더라도 오한, 급작스러운 피로감 증가, 소변 색이나 양의 변화,
상처 부위의 발적이나 부기가 생기면 그냥 넘겨선 안 됩니다.

목이 따끔거리거나 콧물이 흐르는 정도는
평소라면 하루이틀 지나 나아지지만,
면역이 낮아진 상태에서는 같은 증상이라도 속도가 다릅니다.

몸이 방어 반응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항암치료 중 감염 징후는 ‘증상의 세기’가 아니라
‘상황의 맥락’으로 읽어야 합니다.

자신이 현재 항암치료 어느 단계에 있는지,
마지막 항암제 투여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
혈액검사에서 호중구 수치가 어느 수준인지.

이런 정보들이 같은 증상의 의미를 전혀 다르게 만듭니다.

항암치료 중 몸이 보내는 신호는
평소보다 훨씬 작은 목소리로 옵니다.

그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 그게 이 시기 몸을 지키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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