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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 우울감이 약 조절해도 안 나아지는 이유가 있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파킨슨 진단을 받고 나면 대부분의 관심은 떨림이나 보행 문제에 쏠립니다.
그런데 오히려 더 오래, 더 깊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우울감인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 증상은 약으로 어느 정도 잡히는데,
기분은 왜 이렇게 안 잡히는 걸까요.

약을 조절하고, 용량을 바꿔봐도
무기력함과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 이유는 파킨슨 우울감이
단순히 도파민 부족 하나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파킨슨 우울감의 신경학적 배경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파킨슨 우울감, 도파민 문제만이 아닙니다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신경이 손상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제는 뇌 안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회로가
도파민 하나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도 기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정서적 안정감, 불안 완화,
수면의 질과 밀접하게 연결된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의욕, 집중력,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파킨슨병에서는 이 두 가지 회로도 함께 저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간의 솔기핵에서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신경 세포,
청반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공급하는 신경 세포,
이 세포들 역시 파킨슨 병리 과정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도파민 약을 아무리 조절해도 우울감이 해소되지 않는 건,
다른 회로가 동시에 무너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기분 조절 네트워크는 하나의 회로가 아닙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보상 회로가 흔들립니다.
무언가를 해도 기쁘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걸 흔히 무쾌감증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세로토닌이 동시에 저하되면
불안감, 과민함, 이유 없는 슬픔이 더해집니다.
수면이 얕아지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낮 동안의 피로가 더 깊어지고,
기분을 조절할 여력 자체가 사라집니다.

여기에 노르에피네프린 저하가 겹치면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 몸이 아예 켜지지 않는 느낌이 됩니다.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말도 줄어들고, 표정도 없어집니다.
이 증상은 파킨슨 운동 증상과 겉모습이 비슷해서
우울감으로 인식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 회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분을 끌어내리고 있는 겁니다.

더 복잡한 건, 이 회로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입니다.
세로토닌이 낮아지면 도파민 회로의 반응성도 떨어집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방출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쪽만 건드려서는 전체 흐름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분 조절에는 대뇌 변연계,
특히 편도체와 전두엽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파킨슨에서는 이 연결 자체의 효율이 저하되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고,
이는 감정 조절이 뇌 구조 차원에서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약이 조절되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건
의지나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 구조 자체가
복합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감을 다시 보는 시선이 필요한 이유

파킨슨 우울감은 흔히 “진단 후 당연히 오는 심리 반응”으로 넘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진단 이전부터 우울감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우울감이 단순한 정서 반응이 아니라,
신경 병리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약을 조절했는데도 기분이 안 잡힌다면,
그것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직 다뤄지지 않은 회로가 남아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이 회로들의 연결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파킨슨 우울감을 도파민 하나의 문제로만 보면,
나머지 회로들이 계속 기분을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을 놓치게 됩니다.

기분이라는 게 얼마나 여러 층위에서 만들어지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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