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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원인 마음의 문제 아니라 뇌 에너지가 바닥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

우울한 상태에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자책입니다.

그런데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에너지 자체가 바닥난 상태입니다.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건,
뇌의 연료가 고갈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뇌 에너지가 고갈되는지,

그리고 왜 단순히 “힘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뇌는 어떻게 에너지를 잃어버리는가

뇌는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합니다.

무게는 2% 정도밖에 안 되는데 말이죠.

이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뇌는 가장 먼저 “덜 중요한” 기능부터 줄입니다.

동기 부여, 집중력, 감정 조절 같은 것들이죠.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꺼버리는 겁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됩니다.

공장이 망가지니
연료를 넣어도 에너지가 안 만들어지는 겁니다.

여기에 신경전달물질 문제가 더해집니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이 세 가지가 기분과 의욕을 조절하는
핵심 물질인데요.

이 물질들을 합성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없으면 재료가 있어도 못 만듭니다.

결국 뇌는 이중으로 타격을 받습니다.

에너지도 없고,
기분을 조절할 화학물질도 없는 상태.

이게 우울한 뇌의 실제 모습입니다.

왜 약만으로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까

항우울제는 대부분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걸 막아서
뇌 안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거죠.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공장 자체가 멈춰있다면,
재흡수를 막아도 양이 늘지 않습니다.

에너지 대사가 무너진 상태에서
약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해마라는 뇌 부위의 변화입니다.

해마는 기억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데,

만성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부위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에 오래 노출되면
해마의 신경세포가 줄어들고,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드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이걸 신경가소성 저하라고 합니다.
뇌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힘이 약해지는 겁니다.

약은 당장의 화학적 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손상된 신경가소성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입니다.

염증도 빠질 수 없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에서
몸 전체의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납니다.

이 염증 물질이 혈액을 타고 뇌로 들어가면
신경전달물질 합성을 방해합니다.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사.

이런 것들이 염증을 더 높이고,
염증이 다시 뇌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에너지 고갈 → 무기력 → 활동 감소 →
염증 증가 → 뇌 기능 저하 → 더 심한 무기력.

이 연결고리가 한 번 시작되면
어느 한쪽만 건드려서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회복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우울증을 “마음의 병”으로만 보면
접근이 제한됩니다.

뇌의 에너지 대사, 신경가소성, 염증 상태.

이 세 가지가 모두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의지력으로 극복하라는 건,
연료 없는 차에게 달리라는 것과 같습니다.

회복의 실마리는
뇌가 다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 농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뇌의 기초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

해마가 다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도록,

염증이 잠잠해지도록,

에너지 공장이 다시 가동되도록.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뇌는 제 기능을 되찾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의지 부족이 아니었다는 걸 먼저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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