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빠짐없이 복용하는데도
몸이 굳는 느낌이 줄지 않는다면,
많은 분들이 “내가 뭘 잘못하는 걸까”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건 잘못이 아닙니다.
파킨슨병의 경직은 도파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약이 효과를 잃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경직에는 다른 신경 체계도 함께 관여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면,
왜 같은 약을 먹어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지
조금 더 납득이 되실 겁니다.
파킨슨병의 경직, 도파민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유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병입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근육의 움직임을 조율하는 회로가 흔들리고,
그 결과로 경직, 떨림, 느려짐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이
도파민의 전구체를 공급해 뇌 안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초기에는 이 방식이 꽤 잘 작동합니다.
경직이 풀리고 움직임이 돌아오는 느낌을
뚜렷하게 경험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달라집니다.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효과가 느껴지는 시간이 짧아지거나,
약이 충분히 듣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이
뚜렷하게 나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걸 ‘약의 효과가 닳았다’고 단순히 해석하면 안 됩니다.
도파민 이외의 신경전달 체계가 경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경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뇌와 척수는 도파민 하나로 움직임을 제어하지 않습니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두 신경전달 물질도 근육 긴장도와
운동 회로의 흥분성 조절에 직접 관여합니다.
세로토닌은 척수 운동신경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 신호가 줄거나 불균형해지면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로 유지되기 쉽고,
이게 경직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이 진행될수록
뇌간의 세로토닌 생성 부위도 함께 손상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즉, 경직을 느끼는 분의 뇌 안에서는
도파민 결핍만이 아니라
세로토닌 결핍도 동시에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겁니다.
노르에피네프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물질은 근육 반응의 속도 조절,
자세 유지와 관련된 반사 회로에 관여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부족하면 자세 불안정, 보행 장애, 굳는 느낌이 더 심해질 수 있고,
이 부분은 도파민 약으로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뇌간의 특정 핵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산하는 신경세포도
파킨슨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손상받는다는 것이
현재 신경과학에서 받아들여지는 사실입니다.
결국 경직이라는 하나의 증상 안에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세 가지 신경계의 상태가 동시에 반영되어 있는 겁니다.
도파민 약이 잘 듣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이 세 축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얽혀 있느냐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이 듣지 않는다는 느낌, 다시 해석해야 합니다
파킨슨병을 오래 관리해온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잠깐은 나아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뭔가 달라요.”
그 ‘달라지는 느낌’은 약이 나빠진 게 아니라,
몸이 경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도파민만 채워서는 해결되지 않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축의 변화가
증상의 배경에서 조용히 쌓이고 있었던 겁니다.
이 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검사 수치로 딱 잡히지도 않고,
약을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파킨슨병의 경직을 도파민 단독 문제로 보지 않고
신경계 전체의 균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몸이 굳는 느낌이 계속된다면,
약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신경계의 변화가 그 증상을 유지시키고 있는지
그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병 약을 오래 먹으면 효과가 줄어드나요?
A.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약이 듣는 시간이 짧아지거나 반응이 불규칙해지는 경험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약효가 닳은 것이 아니라, 도파민 외의 신경계 변화가 함께 진행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Q. 파킨슨병에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요?
A. 세로토닌은 척수 운동신경의 흥분성 조절에 관여하기 때문에, 부족해지면 근육 긴장이 과도하게 유지되고 경직감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이 진행될수록 뇌간의 세로토닌 생성 부위도 함께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Q. 파킨슨병 경직과 자세 불안정은 왜 함께 나타나나요?
A. 자세 유지와 보행에 관련된 반사 회로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파킨슨병에서 이 물질을 생산하는 신경세포도 손상을 받기 때문에, 경직과 자세 불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