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은 한 번 낫고 나면 끝나야 할 것 같은 병입니다.
돌멩이가 제자리로 돌아갔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한 번 경험한 분들 중 상당수가
몇 달 뒤, 혹은 몇 년 뒤에 또 찾아옵니다.
치료 후에도 반복된다면, 이석이 왜 다시 떨어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석 자체보다, 이석이 자꾸 떨어지는 조건이 문제인 겁니다.
이석은 왜 떨어지는 걸까요
귓속 깊은 곳에는 작은 칼슘 결정체들이 붙어 있습니다.
이것을 이석이라고 부릅니다.
이석은 이석막이라는 젤리 형태의 조직 위에
빼곡히 고정되어 있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가 느슨해지거나 손상되면
칼슘 결정들이 하나둘 탈락하기 시작합니다.
탈락한 이석이 반고리관 안으로 흘러들어가면,
움직일 때마다 강렬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합니다.
이건 단순히 운이 나빠서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이석막을 구성하는 조직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석막은 칼슘과 단백질이 결합한 구조입니다.
칼슘 대사에 이상이 생기면
이석이 이석막에 제대로 고정되지 못하거나,
반대로 필요 이상으로 생성되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비타민D 결핍, 골다공증, 호르몬 변화 등이
이석 재탈락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석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석증이 반복되는 분들을 보면
단순히 이석막 약화 하나로 설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신경계가 흔들린 상태에서 이석증이 더 자주 재발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자율신경계는 혈관 긴장도를 조절하고,
내이(속귀)로 가는 혈류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내이는 혈류 공급이 매우 예민한 조직입니다.
미세한 혈류 변화만으로도 전정기관의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만성적으로 과활성 상태이거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이 무너져 있으면,
내이로 가는 혈류가 불규칙해지고
이석막 주변 환경도 불안정해집니다.
여기에 수면 문제가 더해지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수면 중에 내이 조직의 회복과 재생이 이루어지는데,
수면이 만성적으로 부족하거나 질이 나쁘면
이석막을 유지하는 조직의 회복 속도가 느려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칼슘 흡수에 관여하는 기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즉, 뇌와 자율신경의 상태가
귓속 칼슘 구조물의 안정성에까지 연결되는 겁니다.
이석증이 “피곤할 때 더 자주 온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데,
그 감각은 단순한 기분이 아닙니다.
자율신경 불균형과 내이 혈류, 이석막 취약성이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이석 위치 교정은 증상을 없애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석막이 계속 약해지는 조건,
자율신경계가 내이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조건,
이것들이 그대로라면
이석은 또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복된다는 건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이석증이 한 번으로 끝났다면 다행입니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반복되고 있다면
이석 자체보다 이석이 떨어지는 조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칼슘 대사가 불안정한 건지,
자율신경계가 내이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지,
수면과 회복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지.
반복되는 이석증은 “재수 없게 또 걸린 것”이 아니라,
몸의 특정 조건들이 이석 탈락을 허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조건을 찾는 것이 반복을 멈추는 첫 번째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