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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두통 같이 오는데 전정편두통인지 어떻게 아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어지럼증과 두통이 함께 오면 많은 분들이
“귀 문제인지, 뇌 문제인지” 갈피를 못 잡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귀에 이상 없다고 하고,
신경과에서는 뇌 구조엔 문제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증상은 여전히 반복되죠.

이 두 증상이 같은 날, 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겹쳐서 나타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동시에 일어나는 데는 공통된 신경학적 배경이 있습니다.

전정편두통은 귀나 뇌 구조물의 손상 없이도
뇌 안에서 신호가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그래서 영상 검사에서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경로로 이 두 증상이 함께 만들어지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면 왜 이 질환이 “특별하게” 다뤄져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편두통은 왜 어지럼증까지 만들어낼까

편두통은 단순한 머리 통증이 아닙니다.
뇌 자체가 일시적으로 과민 상태에 빠지는 현상이 핵심입니다.

그 중심에는 삼차신경이 있습니다.
삼차신경은 얼굴, 머리, 뇌막(뇌를 감싸는 막)에 분포하는
광범위한 감각 신경입니다.
이 신경이 활성화되면 뇌막 혈관에 염증성 물질이 분비되고,
뇌막 주변의 통증 감지 세포들이 자극을 받아 두통이 생깁니다.

그런데 삼차신경의 핵, 즉 삼차신경의 중추가 있는 곳이
뇌간입니다.
뇌간에는 삼차신경핵뿐 아니라
전정신경핵도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정신경핵은 몸의 균형과 공간 감각을 처리하는 곳이죠.
삼차신경핵이 흥분 상태에 빠지면,
바로 옆에 있는 전정신경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전정편두통의 핵심 경로입니다.
두통을 만드는 삼차신경과
어지럼증을 만드는 전정신경이
뇌간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간섭을 일으키는 겁니다.

뇌간이 과민해지면 두 증상은 함께 커진다

삼차신경핵과 전정신경핵이 단순히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론
이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건 뇌간 전체의 과민화입니다.

뇌간은 외부 감각 신호를 걸러주는 조절 역할을 합니다.
정상 상태에서는 불필요한 자극을 차단하고
중요한 신호만 위쪽 뇌로 전달하죠.
그런데 이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
작은 자극에도 뇌간 전체가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빛이나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지고,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고개 움직임에도
강한 어지럼증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전정신경핵이 과민화된 뇌간 환경 속에서
정상적인 균형 신호조차 비정상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뇌간 과민화는 한 번 시작되면
두통 발작이 없는 기간에도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전정편두통 환자들이 두통이 없는 날에도
어지럼증을 느끼는 건 우연이 아닌 겁니다.

흥미로운 건, 반대 방향도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전정계가 혼란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삼차신경계로 역방향 신호가 가고,
그 자극이 다시 두통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두통이 어지럼증을 부르고, 어지럼증이 다시 두통으로 이어지는
이 경로는 뇌간 안에서 서로를 자극하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지럼증이 먼저냐, 두통이 먼저냐”는 질문보다
두 신호가 공유하는 신경 기반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관점이 됩니다.

두 증상이 함께 반복된다면

전정편두통은 어지럼증만 전문으로 보거나
두통만 전문으로 보면 놓치기 쉬운 질환입니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같은 날 겹쳐서 나타나거나,
한 증상이 잦아들 무렵 다른 증상이 시작된다면,
두 증상이 서로 다른 원인에서 온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삼차신경과 전정신경이 같은 뇌간 안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구조적 사실은,
이 두 증상을 따로 바라볼 수 없다는 근거가 됩니다.

어디가 문제인지 단정하기 전에,
두 증상이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
그것이 전정편두통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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