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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한의원 갱년기 피로 우울 항우울제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진짜 이유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갱년기 우울로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는데,
몇 달이 지나도 몸이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분명 약을 먹고 있는데
기력은 여전히 바닥이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유독 힘들고,
오후가 되면 어떤 이유도 없이 무기력해집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분들이 스스로를 의지가 약하다고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선이 안타깝습니다.

이 패턴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리듬이 무너진 몸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스트로겐이 흔들리면 스트레스 조절 시스템도 함께 흔들립니다

폐경이 가까워지는 시기를 ‘폐경 이행기’라고 합니다.
이 시기의 핵심은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들쭉날쭉해진다’는 점입니다.

어떤 날은 비교적 높고,
어떤 날은 급격히 낮아집니다.
이 불규칙한 변동 자체가 뇌에 강한 자극으로 작용합니다.

뇌에는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수용체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요한 부위가 시상하부입니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 부신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 호르몬 축,
즉 HPA 축의 출발점입니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면, HPA 축은 마치 경보 시스템이 오작동하듯 과도하게 활성화됩니다.

그 결과 코르티솔, 즉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 리듬이 무너집니다.
정상적인 코르티솔은 아침에 높고 저녁에 낮아지는 일주기 리듬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HPA 축이 과활성화되면 이 리듬이 뒤틀립니다.

이 피로와 우울은 단순한 우울증과 다릅니다

항우울제가 주로 작용하는 경로는
뇌 안에서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체계입니다.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이죠.

이 접근은 분명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갱년기 피로·우울의 핵심 경로가
신경전달물질 부족이 아닌 신경내분비 리듬의 교란일 때는,
그 약이 닿지 않는 지점이 생깁니다.

신경내분비 피로란, 호르몬 조절 축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몸 전체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혼란에 빠진 상태입니다.

코르티솔 리듬이 깨진 몸은
아침에 기력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오전 내내 멍한 상태가 이어지다가,
오히려 밤에 각성이 올라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수면 장애가 다시 HPA 축을 자극합니다.
코르티솔이 또 높아지고,
아침 기력은 또 바닥을 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게다가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세로토닌 합성에 쓰이는 원료인 트립토판이 다른 경로로 소비됩니다.
결국 세로토닌 부족 상태가 이차적으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항우울제로 세로토닌을 보충해도, 코르티솔이 계속 그것을 소모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경험의 생리학적 배경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로와 우울이 함께 오고,
수면이 엉망이 되고,
아무 이유 없이 오전이 특히 힘들다면,
그 증상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먼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 하나하나를 따로 다루는 것보다, 그 증상들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갱년기라는 시기 자체가 호르몬 리듬의 전환점입니다.
이 전환점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는,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는 메시지가 아닙니다.
에너지 조절 시스템 전체가 재조정을 요청하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 신호를 제대로 읽는 것,
그것이 갱년기 피로와 우울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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