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도 있고 천식도 있다면,
그냥 운이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질환이 함께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비염을 치료하면서 천식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천식이 심해지면서 비염도 함께 나빠지는 경우도 있죠.
이 둘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의 면역 흐름이
코와 기관지 두 곳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비염과 천식을 각각 다른 병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코와 기관지는 하나로 연결된 공간입니다
코와 기관지는 해부학적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코안에서 시작된 점막은
인두와 기관을 거쳐 기관지로 이어지는데,
이 점막 전체는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같은 유형의 면역세포가 분포하고,
같은 염증 반응 경로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코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는 것은
기관지에도 같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갖춰졌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기관지 과민성도 함께 보입니다.
코에서만 반응이 멈출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점막이 이어져 있는 한,
반응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의학에서는
“하나의 기도, 하나의 질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비염과 천식을 따로 보지 않고,
같은 기도 점막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연속된 반응으로 보는 관점이죠.
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서 이동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알레르기 행진입니다.
태어난 직후에는 피부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납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고,
이후 음식 알레르기가 따라오기도 하죠.
그 다음에는 코로 이동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더 진행되면
기관지까지 반응이 내려갑니다.
이것이 천식입니다.
이 흐름이 알레르기 행진입니다.
피부에서 코로, 코에서 기관지로
반응이 이동하는 예측 가능한 경로입니다.
어릴 때 아토피가 있었다가 좋아졌는데
이제는 비염이 생기고, 그 뒤에 천식까지 생겼다면
단순히 여러 병이 생긴 게 아닙니다.
하나의 면역 반응이 몸 안에서 경로를 바꾸며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이 행진의 핵심에는
면역세포인 비만세포와 호산구가 있습니다.
이 세포들이 알레르겐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염증 매개물질을 방출하고,
이 반응이 점막을 자극하고 손상시킵니다.
코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면 비염이고,
기관지에서 일어나면 천식입니다.
반응을 일으키는 면역 기전은 동일합니다.
장소가 다를 뿐이죠.
그러니 비염 증상이 있을 때
기관지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천식이 있을 때 비염이 동반되어 있는지 살피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두 증상을 따로 보면
어느 한쪽만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역 반응 자체가
경로를 바꾸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
한쪽만 안정시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응이 이어지는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이 같이 있다는 것은
면역 조절 기능이 전반적으로 과민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증상을 억제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왜 이 반응이 계속되는지를 놓치게 됩니다.
알레르기 행진이 진행되는 사람에게는
증상이 나타난 장소보다
그 반응을 만들어내는 면역 상태 자체를 보는 것이
더 근본적인 접근입니다.
코가 문제라서 비염이 생기고,
기관지가 문제라서 천식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몸의 면역 반응 방식이 문제인 겁니다.
비염과 천식이 동시에 있다면,
그것은 몸이 두 군데에서 따로 망가진 게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두 군데서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흐름을 읽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