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 진단을 받고 나서
“냄새가 잘 안 맡아진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 증상을 단순히 “나이 탓”이나
“코가 좀 안 좋아진 것”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파킨슨에서 후각 저하는
생각보다 훨씬 의미 있는 신호입니다.
왜 그런지,
후각과 뇌 신경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파킨슨과 후각 저하, 어디서 연결될까
파킨슨은 흔히 손 떨림,
느린 동작, 근육 경직 같은 운동 증상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운동 문제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비운동 증상들을 남깁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후각 저하이며,
많은 경우 운동 증상보다 수년 앞서 나타납니다.
파킨슨에서 핵심적인 병리 변화는
뇌 신경세포 안에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쌓이는 것입니다.
이 단백질을 알파시누클레인이라고 부르는데,
이 단백질 침착은 뇌의 특정 부위부터 순서대로 퍼져나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출발점 중 하나가 바로
후각신경구, 즉 냄새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뇌의 입구입니다.
냄새는 코 안의 감각세포가 신호를 받아
뇌로 전달하는 구조인데,
이 경로의 가장 앞쪽에 후각신경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파킨슨에서 알파시누클레인 침착이
이 후각신경구에 가장 먼저 나타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연구들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즉, 후각 저하는 뇌 신경계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하나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후각 저하가 말해주는 것, 단순한 코 문제가 아닌 이유
알파시누클레인 침착은
후각신경구에서 시작해 점차 더 깊은 뇌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신경병리학자 브라크의 연구에서는
이 침착이 진행하는 단계를 크게 여섯 단계로 나눴는데,
후각신경구는 1~2단계에 해당합니다.
운동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은
보통 3~4단계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후각 저하는
단계로 치면 아직 초기에 해당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후각 저하가 오래됐거나
진단 시점에 이미 심하게 나타나 있다면,
침착이 더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후각 저하의 정도와 기간이
비운동 증상 전반의 진행 정도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파킨슨의 비운동 증상은
후각 저하만이 아닙니다.
변비, 렘수면 행동장애(잠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움직이는 증상), 우울감, 자율신경 문제 등이
운동 증상보다 먼저, 또는 함께 나타납니다.
이런 비운동 증상들이 여럿 겹쳐 있을수록
신경계 변화가 더 넓은 범위에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후각 저하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다른 비운동 증상들과 함께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접근입니다.
떨림이나 경직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들을 동시에 읽어야
신경계 변화의 흐름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냄새가 안 맡아진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파킨슨 진단 후 후각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신경계 안쪽에서 진행되는 변화가
후각이라는 창문을 통해 표현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운동 증상이 아직 심하지 않다고 해서
전반적인 진행이 느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반대로 후각이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증상을 흘려보내지 않고
전체 신경계 변화의 맥락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질환을 운동 증상의 변화로만 추적하는 것은
몸이 보내는 절반의 신호만 읽는 것입니다.
후각, 수면, 소화, 기분 변화까지
한 흐름으로 연결해서 볼 때
비로소 더 완전한 그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 환자가 냄새를 못 맡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파킨슨에서 나타나는 후각 저하는 코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후각신경구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침착되면서 신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Q. 파킨슨 비운동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운동 증상 외에도 후각 저하, 변비, 수면 중 이상 행동, 우울감, 자율신경 기능 저하 등이 비운동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운동 문제보다 먼저 나타나거나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전체 신경계 변화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Q. 파킨슨 증상 악화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손 떨림이나 보행 속도 같은 운동 증상만으로는 전체 진행 상태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후각, 수면, 소화, 기분 변화 등 비운동 증상들이 함께 늘거나 심해지는 패턴을 함께 살피는 것이 더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