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나고,
한쪽 귀가 먹먹하게 막힌 느낌이 들어요.
이 세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메니에르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왜 이렇게 다른 증상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걸까요?
속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면
그 이유가 보입니다.
속귀에 물이 차오릅니다
귀 안쪽 깊은 곳에
속귀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내림프액이라는
맑은 액체가 들어있어요.
이 액체가 적당한 양으로 유지되어야
평형감각과 청각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메니에르병이 있으면
이 액체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납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양은 많은데
빠져나가는 양이 적어지면서
속귀 안에 물이 차오르는 겁니다.
의학적으로 이걸
내림프 수종이라고 부릅니다.
물이 차면 압력이 높아지겠죠.
그 압력이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부위와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를 동시에 누릅니다.
그래서 어지러움과 이명과 청력 저하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겁니다.
물이 왜 빠지지 않을까요
속귀의 세포에는
물을 이동시키는 통로가 있습니다.
아쿠아포린이라는 단백질인데,
세포막에 박혀서
물이 드나들 수 있게 해줍니다.
이 통로가 잘 작동해야
내림프액이 적절히 흡수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 통로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혈류가 나빠지면
세포에 필요한 영양 공급이 줄고,
그러면 아쿠아포린이
제대로 만들어지거나 작동하지 않습니다.
물 빠지는 통로가 막힌 욕조처럼
내림프액이 계속 고이게 됩니다.
염증도 영향을 줍니다.
속귀에 만성적인 염증이 있으면
세포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수분 대사에 관여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발작은 왜 갑자기 왔다가 사라질까요
메니에르병의 특징 중 하나는
증상이 발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이 몇 시간 지속되고,
그러다 또 괜찮아집니다.
이건 내림프액의 압력 변화 때문입니다.
압력이 어느 한계를 넘으면
속귀 안의 막이 일시적으로 터집니다.
막이 터지면 압력이 갑자기 풀리면서
증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나요.
그리고 막이 다시 아물면서
증상도 가라앉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속귀 안의 감각세포가 조금씩 손상된다는 겁니다.
초기에는 발작이 끝나면
청력이 어느 정도 회복됩니다.
하지만 발작이 거듭되면서
회복되지 않는 손상이 쌓이고,
나중에는 발작이 없을 때도
청력 저하나 이명이 지속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더 심해질까요
메니에르병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악화된다고 합니다.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율신경계가 반응합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속귀로 가는 혈류가 줄어듭니다.
혈류가 줄면
내림프액의 생성과 흡수를 조절하는
시스템이 더 흔들립니다.
염분 섭취가 많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체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수분 균형이 깨지고,
내림프액의 삼투압 조절에도 영향을 줍니다.
수면 부족, 피로, 과로 모두
자율신경과 혈류에 영향을 주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증상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지러움과 이명과 청력 저하.
각각 다른 증상 같지만
원인은 하나입니다.
속귀에 물이 차서
압력이 높아진 상태.
그 압력이 평형기관을 누르면 어지럽고,
청각기관을 누르면 소리가 나고 잘 안 들립니다.
어지러움만 줄이거나
이명만 억제하려고 해도
근본적인 압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증상이 나타나거나 재발합니다.
수분이 왜 차오르는지,
왜 제대로 빠지지 않는지,
그 환경을 들여다봐야
반복되는 발작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