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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3년 지났는데 팔다리 힘 빠짐 더 나빠질 수 있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뇌경색 발병 후 3년이 지났는데도 팔다리 힘이 오히려 빠지고 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재활도 꾸준히 했고, 큰 재발도 없었는데
왜 몸이 더 약해지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거죠.

이건 단순히 나이 탓만은 아닙니다.
만성기 뇌경색에도 신경계 안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그 변화는 방향에 따라 회복 쪽으로도, 손실 쪽으로도 기울 수 있습니다.

어떤 구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만성기에도 신경 가소성이 살아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지금부터 순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뇌경색 이후 신경계는 멈추지 않는다

뇌경색은 뇌의 특정 부위에 혈류가 끊기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발병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고정된다’는 생각이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뇌졸중 이후 신경계는 급성기가 지나도 수년에 걸쳐 구조적으로 변화합니다.
이 변화를 이차 신경 변성이라고 합니다.

손상된 부위와 연결되어 있던 신경 경로들은,
그 연결이 끊기면 서서히 기능을 잃어갑니다.
뇌 안의 신경 섬유가 직접 손상되지 않았더라도,
신호를 주고받던 상위 신경이 손상되면 하위 경로도 함께 위축되는 겁니다.

이 과정은 발병 직후뿐 아니라
3년, 5년이 지난 이후에도 느리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팔다리로 내려오는 운동 경로가 이런 이차 변성의 영향을 받으면
근력 저하가 다시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이유가 됩니다.

쓰지 않으면 더 빠르게 잃는다

이차 신경 변성과 함께 또 다른 축이 있습니다.
바로 비사용 위축입니다.

뇌경색 이후 팔다리 한쪽 기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반대쪽 정상 팔다리를 더 많이 쓰게 됩니다.
불편한 쪽은 점점 덜 사용하게 되는 거죠.

근육은 쓰지 않으면 줄어들고, 신경 연결은 자극이 없으면 약해집니다.
이건 노화와 무관하게, 신경계의 기본 작동 방식입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신경 경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근육 섬유는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한다는 겁니다.
이차 신경 변성으로 신호 전달이 약해지면
불편한 쪽 팔다리를 더 안 쓰게 되고,
쓰지 않으면 남아있던 신경 연결마저 약해집니다.

즉, 방치된 만성기는 두 가지 손실이 겹쳐서 진행되는 시기입니다.
이게 3년이 지났는데도 기능이 더 나빠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방향이 아닙니다.
신경계에는 가소성, 즉 자극에 반응해 연결을 재편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만성기에도 이 능력은 완전히 꺼지지 않습니다.

가소성이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움직임 자극, 그리고 충분한 주의 집중입니다.
뇌는 의식적으로 수행되는 동작에 훨씬 강하게 반응합니다.
단순히 보조기에 의존한 수동적 움직임보다,
스스로 의도하고 시도하는 능동적 자극이 신경 경로를 다시 활성화하는 데 훨씬 중요합니다.

또 하나의 조건은 실패 경험의 반복입니다.
조금 더 어려운 과제를 시도하고, 틀리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뇌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쉬운 동작만 반복하는 건 익숙해지는 것이지, 회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만성기는 끝이 아니라 다른 출발점

제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만성기에 기능이 나빠지는 건, 이미 결정된 결과가 아닙니다.

이차 신경 변성과 비사용 위축은 분명 진행됩니다.
하지만 신경 가소성도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강하게 진행되느냐는,
지금 신경계에 어떤 자극이 들어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손실의 방향과 회복의 방향이 동시에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3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가소성을 닫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건 증상을 억누르는 것과
신경 연결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기능이 계속 줄어들었다면,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이 신경 가소성을 충분히 자극하고 있었는지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몸의 구조는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방향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질문이 만성기 회복의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뇌경색 후 수년이 지나도 팔다리 힘이 더 빠질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뇌경색 이후에는 손상 부위와 연결된 신경 경로가 서서히 위축되는 이차 신경 변성이 진행될 수 있으며, 이는 수년 후에도 느리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불편한 쪽을 덜 사용하면서 생기는 비사용 위축이 겹치면 근력 저하가 다시 나타나거나 심해지기도 합니다.

Q. 만성기 뇌졸중에서 신경 가소성은 아직 유효한가요?

A. 만성기에도 신경 가소성은 완전히 소실되지 않습니다. 단, 수동적인 보조 움직임보다 스스로 의도하고 시도하는 능동적 자극, 그리고 약간 어려운 과제를 반복하는 경험이 신경 경로 재활성화에 더 효과적인 조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뇌경색 재활은 발병 초기에만 의미가 있는 건가요?

A. 재활의 효과가 급성기에 크다는 건 사실이지만, 만성기에도 신경계는 자극에 반응합니다. 이차 신경 변성과 비사용 위축이 진행되는 방향을 그대로 두는 것과, 가소성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과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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