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잠깐 버티면 괜찮아지는데,
이런 일이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됩니다.
철분제도 먹어보고,
비타민도 챙겨 먹는데 별 차이가 없어요.
혈액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혈액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일어설 때 혈압을 유지하는 반응이
느리거나 약한 겁니다.
영양제로는 이 반응 자체를 바꿀 수 없습니다.
일어설 때 몸에서 일어나는 일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중력 때문에 혈액이 아래로 쏠립니다.
대략 500ml 정도가 다리 쪽으로 내려갑니다.
정상적인 몸은 이걸 즉시 감지합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하체 혈관을 조여
혈액이 위로 올라오게 합니다.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도 분비됩니다.
이 모든 게 1~2초 안에 자동으로 일어나야
어지럼증 없이 일어설 수 있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에서는
이 반응이 느리거나 불충분합니다.
혈액이 아래로 내려갔는데
혈관이 제때 조여지지 않습니다.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이 줄고,
결국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핑 돌고,
심하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겁니다.
왜 영양제로는 안 되는가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오고,
빈혈이 있으면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철분제부터 드시는데,
기립성 저혈압과 빈혈은 다른 문제입니다.
빈혈은 혈액 자체의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혈액의 양이나 질이 아니라
혈압 조절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혈관 수축 반응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장에서 분비되는 레닌이라는 물질이
혈관을 조이는 호르몬을 만드는데,
이 시스템의 활성도가 낮으면
기립 시 혈압 보상이 잘 안 됩니다.
이건 영양소 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신경계와 호르몬 시스템의 반응성 문제입니다.
다리에 혈액이 고이는 구조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분들은
오래 서 있으면 특히 힘듭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리 정맥의 긴장도가 낮으면
혈액이 쉽게 고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다리 정맥에는 판막이 있어서
혈액이 아래로 역류하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정맥벽 자체도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해서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립니다.
이 긴장이 느슨해지면
혈액이 하체에 고입니다.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혈액이
다리에 머물러 있으니,
심장이 내보낼 혈액량 자체가 줄어듭니다.
뇌로 가는 혈류도 당연히 감소합니다.
아침에 특히 어지러운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밤새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하체 혈관들이 이완된 상태라
혈액이 더 쉽게 아래로 쏠립니다.
혈관과 신경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혈관만의 문제도, 신경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교감신경이 혈관을 조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혈관은 그 신호에 반응해서 수축해야 합니다.
신장에서는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을
제때 분비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야
기립 시 혈압이 유지됩니다.
영양제는 이 연결고리의
어느 지점도 직접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겁니다.
기립성 저혈압을 반복하는 분들은
자율신경 반응성, 혈관 긴장도,
호르몬 분비 패턴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지점이 가장 느린지에 따라
접근이 달라집니다.
같은 어지럼증이라도
원인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