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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성저혈압 약 먹어도 어지럼증이 계속되는 진짜 이유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어날 때마다 눈앞이 흐려지고,
아찔한 느낌이 여전히 반복됩니다.

“약이 듣지 않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이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정확히는 이렇게 봐야 합니다.
약은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약이 닿지 못하는 부분이 따로 있는 거죠.

기립성저혈압 치료에 쓰이는 약물들은
분명히 혈압을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그 이유는 혈압 수치 너머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약의 작용 방식이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왜 그 너머가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기립성저혈압 약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기립성저혈압에 흔히 사용되는 두 가지 약물이 있습니다.
하나는 체내 수분과 나트륨을 붙잡아
혈액량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다른 하나는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이 떨어지는 폭을 줄여주는 방식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결과 수치’를 교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약입니다.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 자체를 억제하거나,
떨어지더라도 그 낙폭을 줄이는 역할을 하죠.

수치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누운 자세에서의 혈압은 올라갑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어서는 순간’에 있습니다.

자세가 바뀌는 그 짧은 순간,
몸은 엄청난 속도로 혈류를 재분배해야 합니다.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체로 쏠리는 것을
심장과 혈관이 즉각적으로 보상해야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압수용체 반사입니다.
목과 가슴의 대혈관에 분포한 압수용체가
혈압 변화를 감지하고,
심박수와 혈관 수축을 즉각 조절하는 이 반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약물만으로는 한계가 생깁니다.

압수용체 반사가 둔해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압수용체는 혈관 벽에 붙어 있는 일종의 감지 장치입니다.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면
자율신경을 통해 심장에 신호를 보내고,
혈관을 수축시켜 압력을 끌어올립니다.

이 반응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어서는 순간부터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시간은
수 초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압수용체 반사가 둔화되면
감지는 늦어지고, 반응은 느려집니다.
약이 혈압 수치를 어느 정도 올려놓더라도,
자세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 반응이 뒤늦게 이루어지면
그 사이에 뇌로 가는 혈류가 잠시 끊기는 느낌이 생깁니다.

이 ‘사이의 공백’이 어지럼증의 본질입니다.
혈압이 0으로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반응 속도가 0.5초, 1초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어두워지고, 머리가 띵해지는 증상이 충분히 생깁니다.

압수용체 반사의 둔화는 단독으로 오지 않습니다.
자율신경 전체의 긴장도가 떨어졌을 때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신경이 전반적으로 느슨해진 상태에서는
혈관 긴장도 자체도 낮아지게 됩니다.

혈관 긴장도란 혈관이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수축 상태를 말합니다.
이게 낮으면 혈액이 쉽게 하체에 고이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의 양이 줄어듭니다.
약이 혈관을 수축시키는 신호를 보내더라도,
혈관이 그 신호에 반응하는 능력 자체가 저하되어 있으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만성 피로, 수면 부족, 오랜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될 때
이 혈관 긴장도와 자율신경 반응성이 함께 저하된다는 것은
생리학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약은 이 부분까지 복구해주지 않습니다.

수치 너머를 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기립성저혈압은 혈압 측정값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운 자세와 선 자세의 혈압 차이가 기준치 이내여도
증상은 지속될 수 있고,
반대로 수치가 기준을 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혈압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자세 변화에 몸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가입니다.

그 반응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압수용체의 민감도,
자율신경의 긴장 상태,
혈관 자체의 반응성,
이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있습니다.

약은 이 중 일부에만 영향을 줍니다.
나머지는 몸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자율신경이 지쳐 있거나,
혈관 긴장도가 만성적으로 저하된 상태라면
그 회복도 더디게 됩니다.

약을 먹어도 어지럼증이 계속된다는 것은,
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문제의 범위가
약보다 넓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수치의 언어가 아닌,
몸의 반응 속도와 조절 능력의 언어로 읽을 때
비로소 다음 단계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립성저혈압 약을 먹는데도 일어날 때 어지러운 이유는?

A. 약은 혈압 수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자세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압수용체 반사까지 교정해주지는 않습니다. 이 반사가 둔화된 상태에서는 약물 효과와 무관하게 일어서는 순간의 혈류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기립성저혈압과 자율신경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A. 자율신경은 혈관 긴장도와 심박수 조절을 통해 자세 변화 시 혈압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자율신경 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면 혈관이 수축 신호에 반응하는 능력 자체가 떨어져, 약물 반응성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Q. 압수용체 반사 둔화는 왜 생기나요?

A. 만성 피로, 지속적인 수면 부족, 장기간의 스트레스 상황이 계속될 때 자율신경 전체의 반응성이 저하되면서 압수용체의 민감도도 함께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혈압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와 보상 반응 속도가 모두 느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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