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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대장증후군 저포드맵 식이도 해봤는데 왜 나한테는 효과가 없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저포드맵 식단을 몇 달씩 철저하게 지켰는데도
복통, 복부 팽만, 배변 불규칙이 그대로라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식이 조절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분명히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왜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 효과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까요?

저포드맵이 듣지 않는다면, 문제의 핵심이 식이 성분 자체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을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하위 유형이 섞인 집합으로 봐야 합니다.

저포드맵이 작동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저포드맵 식이는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특정 당류 성분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장 내용물의 삼투압과 가스 발생을 낮춥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약 50~60%에서만
저포드맵 식이에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납니다.

나머지 40~50%는 식이 변화와 무관하게 증상이 지속됩니다.

이 두 그룹의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반응이 있는 그룹은 주로 장내 발효 및 삼투 자극에 민감한 경우입니다.
즉, 음식 성분 자체가 장 점막을 자극하는 경로가 주된 문제인 경우죠.

반면 반응이 낮은 그룹은 음식의 종류보다
장 신경계 자체의 과민 상태가 더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이 바뀌어도 장 신경계가 이미 예민하게 세팅된 상태라면,
자극의 크기와 관계없이 통증 신호가 과도하게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을 ‘장 신경계 감작’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장의 통증 감지 시스템이 너무 낮은 역치로
설정된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 신경계가 예민해지면 무슨 일이 생기나

우리 장에는 뇌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독자적인 신경계가 존재합니다.

이 신경계는 장의 수축과 이완, 분비 조절,
통증 감지 등을 맡고 있는데,
만성적인 염증, 장 점막 손상, 지속적인 스트레스 자극이 반복되면
이 신경계의 통증 역치 자체가 낮아지게 됩니다.

정상적으로는 통증으로 느껴지지 않을 가스나 장 운동조차
극심한 복통으로 인식되는 상태가 되는 거죠.
이런 상태에서는 식이를 아무리 정교하게 조절해도
자극 신호를 처리하는 장치 자체가 과민하기 때문에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뇌-장 축의 문제가 더해집니다.
뇌와 장은 자율신경계와 미주신경을 통해 서로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뇌가 만성 스트레스, 불안, 수면 부족 상태에 놓이면
이 신호 체계가 교란되고, 장 운동의 불규칙성과
통증 감도가 동시에 높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단방향이 아닙니다.
장에서 올라오는 과민 신호가 다시 뇌를 자극해
불안감과 긴장 상태를 악화시킵니다.
뇌와 장이 서로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는 거죠.

이 상태에서 저포드맵 식이는
입력되는 자극의 크기를 줄이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신호를 처리하는 장 신경계 자체가 과민하고,
뇌에서 내려오는 조절 신호도 흐트러진 상태라면
입력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출력이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포드맵이 일부 사람들에게 효과가 없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음식 탓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저포드맵에 반응이 없다면, 그건 식단을 더 엄격하게 지키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하위 유형 중 장 신경계 감작과
뇌-장 축 교란이 주된 원인인 경우라면,
식이 접근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 경우 주목해야 할 것은 장에서 무엇을 먹느냐보다
장 신경계가 왜 이렇게 예민해졌는가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의 만성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수면의 질 저하, 이전 장 감염 이후 남은 신경 민감화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하나의 병이 아닙니다.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기전이 작동하는 여러 유형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증상이 어떤 기전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의 첫걸음입니다.

저포드맵이 도움이 안 됐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게 아닙니다.
단지 아직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저포드맵 식단을 열심히 지켰는데도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그대로인 이유가 뭔가요?

A. 저포드맵 식이는 장 내 발효 및 삼투 자극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장 신경계 자체가 감작된 상태라면 음식 성분과 무관하게 통증 신호가 과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식이 변화만으로는 증상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Q.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 뇌와 장이 연결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뇌와 장은 자율신경계와 미주신경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만성 스트레스나 불안 상태가 지속되면 장 운동이 불규칙해지고 통증 감도가 높아지며, 반대로 장의 과민 신호가 다시 뇌를 자극해 긴장과 불안을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됩니다.

Q. 과민성대장증후군인데 음식을 가려도 증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전이 작동하는 여러 하위 유형이 존재합니다. 식이 조절에 반응이 낮은 경우라면 장 신경계 감작이나 뇌-장 축 교란이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는 어떤 기전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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