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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카페인 관계, 커피 마시면 공황이 올 수 있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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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신 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 경험,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카페인이 공황을 ‘유발’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건지 헷갈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페인은 공황 발작이 일어나기 쉬운 상태를 만듭니다.

단순히 카페인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카페인이 자율신경계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공황장애 환자의 몸이 왜 이 작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켜는 방식

뇌에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활동을 오래 하면 아데노신이 쌓이면서 뇌에 “이제 쉬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졸음이 오고 각성이 낮아지는 게 이 신호의 결과입니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이 수용체에 붙는 것을 막습니다.

억제 신호가 차단되면 뇌는 흥분 상태를 유지합니다.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각성 물질이 증가하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그 결과로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호흡이 얕아집니다.

이 반응들은 공황 발작이 시작될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와 거의 동일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 변화를 “카페인 효과”로 받아들이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공황장애가 있는 분들은 이 변화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치가 낮아진 몸에서 벌어지는 일

공황장애는 단순히 “불안이 심한 상태”가 아닙니다.

자율신경계가 만성적으로 과민해진 상태입니다. 교감신경이 쉽게 켜지고, 한번 켜지면 오래 지속되며, 부교감신경이 이를 충분히 진정시키지 못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공황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자극의 크기, 즉 역치가 낮아져 있습니다.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일정 수준 올려놓으면, 거기서 조금만 더 자극이 오면 역치를 넘어버립니다. 가벼운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소리, 밀폐된 공간 같은 평소라면 견딜 수 있었을 자극이 발작을 일으킵니다.

커피를 마시고 공황이 온 게 아니라, 커피가 이미 발화 직전의 상태를 만들어놓은 겁니다.

더 복잡한 것은, 카페인이 만든 신체 반응 자체가 두 번째 공황 촉발 요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심박이 빨라지면 “또 오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이 실제로 심박을 더 빠르게 만들고, 그러면 더 확신이 생기고, 결국 발작으로 이어집니다. 카페인이 시작점이 된 하나의 연쇄입니다.

카페인을 끊어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 이유

많은 분들이 카페인을 끊지만, 공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카페인 자체는 제거됐어도, 이미 과민해진 자율신경의 상태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카페인 외에도 자율신경 역치를 낮추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수면이 얕으면 자율신경은 밤 동안 충분히 회복되지 못합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도 교감신경이 이미 올라와 있는 상태가 됩니다. 거기에 카페인이 없어도 만성 피로, 심리적 긴장, 불규칙한 식사 같은 요소들이 역치를 계속 건드립니다.

카페인은 역치를 낮추는 여러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 조절이 가장 쉬운 요인이기 때문에 먼저 주목받는 것이고, 실제로 줄이는 게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카페인을 제거하는 것과 자율신경 자체의 과민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결국 문제는 역치의 문제입니다

공황장애에서 카페인의 역할은 방아쇠보다는 ‘바닥을 낮추는 요인’에 가깝습니다.

카페인을 마시는 매 순간 공황이 오는 게 아닌 것처럼, 카페인이 없다고 해서 공황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몸이 얼마나 쉽게 교감신경을 발화시키는 상태인가, 그리고 한번 발화된 반응을 얼마나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가가 핵심입니다.

카페인과 공황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그 바닥이 왜 낮아졌는지를 들여다보는 시작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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