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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거의 나은 것 같은데 또 재발할까봐 불안한 게 더 힘든 건 왜 그런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공황 발작이 줄었는데도 불안이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제 좀 나아지나 했는데,
또 올까봐 하루 종일 긴장이 안 풀려요.”

이 말을 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발작 그 자체보다, 발작이 올지 모른다는 기다림이
더 고통스럽다고 하죠.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공황 발작이 줄었다는 건 분명 좋은 신호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불안이 남는 건
의지가 약하거나 생각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뇌 안에서 특정 회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회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증상이 줄어든 뒤에도 혼자 돌아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뇌는 공황을 “위협의 기억”으로 저장한다

뇌에는 위협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부위가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구조물이 감정 기억과 공포 반응을 담당합니다.

이 부위는 단순히 현재의 위협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위협이 있었던 상황 자체를 기억합니다.

공황 발작은 뇌 입장에서 보면
심장이 폭발할 것 같고,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경험입니다.
뇌는 이 경험을 강렬한 위협으로 분류하고
거기에 연결된 모든 정보를 함께 저장해둡니다.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 그때의 신체 감각, 주변 소리,
심지어 그날의 날씨 같은 사소한 단서까지
모두 “위험 신호”와 묶이게 되죠.

이걸 조건반사라고 합니다.

처음엔 발작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발작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단서들이
독립적으로 불안을 유발하기 시작합니다.

발작이 없어도 불안이 켜지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는 것,
지하철 안의 답답한 공기,
“오늘 컨디션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 하나.

이 모든 것이 뇌에겐 공황의 전조로 읽힐 수 있습니다.

뇌가 그렇게 학습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왜 거의 나았을 때 오히려 이 불안이 두드러지는가

공황 발작이 잦을 때는 실제 발작에 정신이 팔립니다.
그런데 발작이 줄어드는 시기,
뇌가 해방된 자리에 남는 건 오히려 더 선명한 기다림입니다.

“이번엔 안 왔다.
그런데 다음엔 올 수도 있다.”

이 생각 자체가 경보 회로를 계속 켜둔 채로 유지시킵니다.

경보 회로는 실제 위협이 있을 때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위협이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활성화됩니다.

이걸 예기불안이라고 부릅니다.

예기불안은 공황 발작과는 다릅니다.
발작처럼 폭발적이지 않고,
대신 낮게 깔린 긴장이 하루 종일 지속됩니다.

그 긴장 자체가 신체에 영향을 줍니다.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얕아지고, 근육은 수축합니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입니다.

그 신체 변화를 뇌가 다시 읽습니다.
“심장이 빠른 것 같은데. 또 오는 건 아닌가?”

감시하려는 뇌와
감시당하는 몸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구조가 생깁니다.

발작이 없어도 그 공포의 구조는 혼자서 돌아갑니다.

이 회로는 실제 발작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재발 공포 그 자체가 연료가 되어
불안을 유지하고 강화합니다.

그래서 “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 왜 더 불안하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겁니다.
더 불안한 게 아니라,
더 이상 다른 것에 가려지지 않는 것이죠.

이 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공황을 거의 이겨냈다는 건
분명히 무언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잔류 불안이 남아 있다면,
그건 아직 하나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뇌가 학습한 것이라면,
다시 학습하는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조건반사는 새로운 경험이 충분히 쌓이면
점진적으로 덮어씌워질 수 있습니다.
이것을 소거라고 부릅니다.
단서가 등장했는데도 위협이 따라오지 않는 경험이
반복되면,
뇌는 천천히 그 연결을 재조정하기 시작합니다.

증상을 억누르는 것과
회로 자체를 재구성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지금까지 발작이 줄어들었는데도 불안이 남는다면,
접근이 발작에만 향해 있었던 건 아닐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재발 공포가 혼자 돌아가는 이 구조,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묻게 된다면
그 질문 자체가 이미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황장애가 좋아지고 있는데 왜 재발 불안이 더 심해지나요?

A. 공황 발작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오히려 그 공포의 기억이 더 선명하게 의식에 드러납니다. 발작 때는 다른 감각에 압도되지만, 발작이 사라지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예기불안이 전면에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건 악화가 아니라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뇌의 반응 패턴입니다.

Q. 공황장애 예기불안은 왜 혼자서도 계속 유지되나요?

A. 뇌는 공황 발작을 강렬한 위협 경험으로 기억하고, 그와 연결된 단서들을 독립적인 경보 신호로 학습합니다. 실제 발작이 없어도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한 공간 같은 단서만으로 경보 회로가 켜지고, 그 신체 변화를 다시 뇌가 감지하면서 회로 자체가 스스로 돌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Q. 공황장애 재발 공포,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왜 자꾸 떠오르나요?

A. 뇌의 공포 학습 회로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직접 끄기가 어렵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그 생각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역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회로를 재조정하는 방향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위협 신호와 실제 결과 사이의 연결을 반복적으로 새롭게 경험하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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