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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S 20대 여성 일상생활 못 할 정도인데 꾀병 소리 듣는 게 억울해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검사 결과지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
몸은 분명히 망가져 있습니다.

일어서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지고,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흐릿해지죠.

그런데 주변에선 “왜 그래, 좀 걸어다니면 낫지 않아?”라는 말을 합니다.
심지어 꾀병 소리까지 듣게 되면,
억울한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어요.

이 증상엔 분명한 생리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오해받는 이유도, 왜 이렇게 힘든지도
수치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일어섰을 뿐인데 심장이 달리는 이유

기립성 빈맥 증후군, 흔히 POTS라고 부릅니다.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일어났을 때,
10분 이내에 심박수가 분당 30회 이상 급격히 오르는 상태
를 말합니다.
18세에서 50세 미만 청년층 기준으로 그렇고,
심한 경우엔 40~50회 이상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일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력 때문에 혈액이 하체로 몰립니다.
그 순간 자율신경계가 즉각 반응해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박수를 살짝 올려
뇌로 가는 혈액량을 유지하죠.

POTS에서는 이 조절 과정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혈관이 충분히 수축되지 않으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으로 보상하려 합니다.
이게 바로 일어서기만 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이유입니다.

MRI도 정상, 혈액검사도 정상.
하지만 이건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조절 기능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 검사에선 포착이 잘 안 됩니다.

꾀병이 아닌, 신경계 기능 손상

“왜 외형상 멀쩡해 보이냐”는 말이
이 질환에 대한 가장 큰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눈에 보이는 손상이 없다고 해서
기능적 손상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에서 가장 광범위한 조절 시스템입니다.
심박수, 혈압, 소화, 체온, 호흡 리듬,
심지어 뇌 혈류까지 모두 관여합니다.

POTS에서는 특히 소신경섬유 손상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피부 조직 검사를 통해 측정하는 소신경섬유 밀도가
정상보다 현저히 낮게 나오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건 구조적 이상이 “없는” 게 아니라,
검사 방법이 달라야 보이는 이상입니다.

뇌 혈류 감소도 수치로 확인됩니다.
기립 후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집중력 저하, 기억력 문제, 안개 낀 느낌
이른바 ‘브레인 포그’가 나타납니다.
이걸 의지나 노력의 문제로 보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빗나간 해석입니다.

노르에피네프린 수치도 중요합니다.
POTS 환자 중 상당수는 직립 자세에서
혈중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측정됩니다.
이 수치가 높다는 건 교감신경이 과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몸이 끊임없이 비상 상태로 달리고 있는 겁니다.
그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라는 건,
마라톤을 뛰면서 수학 문제를 풀라는 것과 같죠.

여기에 더해 혈액량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POTS 환자의 혈장량이
정상보다 10~15%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몸에 돌릴 혈액 자체가 적으니
조절이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수치가 말하는 것

이 질환이 꾀병이 아니라는 건,
결국 수치가 증명합니다.

심박수, 노르에피네프린 농도, 혈장량, 소신경섬유 밀도.
이것들은 모두 측정 가능한 지표입니다.
단지 일반 건강검진에서 들여다보지 않을 뿐입니다.

오해는 대부분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20대 여성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는 이 질환은,
호르몬 변화와 자율신경 민감도의 상호작용,
그리고 혈관 탄성 차이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어
단순히 체력 문제나 심리 문제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억울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건
위로보다 먼저 정확한 이해일 겁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이 질환과 마주하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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