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나아지지만,
다음 달 같은 시기가 되면 또 찾아옵니다.
이런 두통이 단순히 호르몬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호르몬은 시작점일 뿐,
두통이 반복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 뇌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
배란기와 월경 직전에는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단순히 생식기능만 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에스트로겐은 뇌 속 세로토닌의 합성과 분비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뇌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고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합니다.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
세로토닌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러면 뇌혈관이 불안정해지고,
삼차신경이 자극을 받아 두통이 시작됩니다.
왜 어떤 사람은 배란기마다 두통이 오고,
어떤 사람은 괜찮을까요?
같은 호르몬 변동을 겪어도
세로토닌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평소 세로토닌 기반이 탄탄한 사람은
호르몬이 흔들려도 버팁니다.
기반이 약한 사람은
작은 변동에도 뇌가 과민하게 반응합니다.
뇌와 장이 연결된 통로에서 벌어지는 일
여기서 놓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뇌가 아니라 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전체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 점막 세포에서 생산됩니다.
장 환경이 좋지 않으면
세로토닌 생산 자체가 줄어듭니다.
장내 미생물은 에스트로겐 대사에도 관여합니다.
특정 장내 세균들이 에스트로겐을 재활성화시키거나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장 환경이 무너지면
호르몬 균형도 함께 흔들립니다.
소화가 안 되고, 변비나 설사가 잦고,
복부 팽만감이 있는 사람이
유독 생리두통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장에서 세로토닌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뇌는 호르몬 변동에 더 취약해집니다.
배란기 에스트로겐 급락이라는 똑같은 자극에도
뇌혈관이 더 쉽게 불안정해지고,
삼차신경이 더 쉽게 흥분합니다.
진통제는 이미 시작된
두통 신호를 차단할 뿐입니다.
왜 매달 같은 시기에
뇌가 그렇게 반응하는지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호르몬 조절 약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르몬 변동폭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장에서 세로토닌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매달 반복되는 패턴을 끊으려면
생리두통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뇌의 통증 회로가 점점 민감해집니다.
처음에는 배란기에만 오던 두통이
월경 전으로 확대되고,
나중에는 주기와 상관없이
자주 아프게 됩니다.
통증 경험 자체가
다음 통증의 문턱을 낮춰버리기 때문입니다.
호르몬만 보면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장에서 세로토닌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호르몬 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뇌의 통증 역치는 어떤 상태인지가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배란기마다 찾아오는 두통을
달력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몸 안에서 무엇이 연결되어 있는지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