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냄새가 잘 안 나요.”
이 말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기 후유증이겠거니, 나이가 들어서겠거니 하고요.
그런데 파킨슨병 연구에서 후각 소실은
운동 증상보다 수년에서 수십 년 앞서 나타나는
가장 이른 신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손 떨림이나 경직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미 뇌 안에서는 무언가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결코 엉뚱한 질문이 아닙니다.
후각 신경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 이유
코는 뇌와 외부 환경이 직접 맞닿는 거의 유일한 통로입니다.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는
코 점막에 직접 노출된 채로 존재합니다.
혈관을 통하지 않고 외부 물질을 뇌로 연결하는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냄새를 맡을 수 있지만,
동시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독성 물질이나
특정 병리 단백질이 뇌로 침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후각 신경이 모여드는 곳,
바로 뇌 앞쪽에 위치한 후각신경구가
파킨슨 관련 병리의 출발점으로
가장 자주 지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후각 소실이 ‘전구 증상’이 되는 기전
파킨슨병에서 핵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신경세포 안에서 기능하지만,
어떤 이유로 접힘 구조가 변형되면
주변 세포들로 퍼져나가는 성질을 가집니다.
문제는 이 변형된 단백질의 축적이
후각신경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점차 뇌 깊숙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들이 밀집한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운동 증상은 바로 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정 수준 이상 손상된 이후에야 나타납니다.
즉, 냄새를 못 맡는 시점은
이 연쇄 과정의 훨씬 앞단에 해당합니다.
후각 소실이 ‘전구 증상’으로 불리는 이유는
뇌의 더 깊은 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전,
후각 경로가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각이 떨어진다고 해서 모두 파킨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향 자체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냄새를 못 맡는다는 신호를 어떻게 볼 것인가
몸은 큰 이상 신호를 보내기 전에
작은 신호부터 먼저 보냅니다.
후각 소실은 그 자체로 일상에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뇌 신경계에서 진행 중인 변화를 감지하는
가장 이른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게 봐야 합니다.
수면 중 이상 행동, 변비, 후각 저하는
파킨슨 전구 증상으로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뇌는 손상이 시작된 후에도 한동안 기능을 유지합니다.
남은 신경세포들이 부족함을 보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동 증상이 겉으로 드러날 때는
이미 상당한 변화가 진행된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냄새가 요즘 좀 안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이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뇌는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병과 후각 소실은 어떤 관계인가요?
A. 후각을 담당하는 신경 경로는 파킨슨 관련 병리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손 떨림 같은 운동 증상보다 수년 앞서 후각 저하가 나타날 수 있어, 전구 증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 냄새를 못 맡으면 파킨슨병인 건가요?
A. 후각 소실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비염, 감기 후유증, 노화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할 수 있으며, 후각 저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파킨슨병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면 중 이상 행동, 변비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파킨슨 전구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후각 소실, 수면 중 이상 행동, 변비 등이 함께 언급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뇌 신경계의 변화가 특정 방향으로 진행될 때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단독보다는 함께 나타날 때 더 의미 있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