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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기억력 저하 건망증 치매 초기인지 너무 무서워서 검색해봤어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분명히 알고 있던 단어가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방에 들어온 이유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제 한 약속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으신가요?

갱년기 즈음 이런 경험이 잦아지면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치매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갱년기 기억력 저하에는 분명한 생리적 기전이 있고,
그 기전을 이해하면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덜 무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에스트로겐이 뇌에서 하는 역할과,
그것이 줄어들 때 기억력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에스트로겐은 뇌 안에서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에스트로겐은 흔히 난소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호르몬은 뇌 속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작용합니다.

해마는 새로운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고,
그것을 장기 기억으로 넘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뇌 속 편집실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에스트로겐은 이 해마에서 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촉진하고,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이를 신경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뇌가 유연하게 변화하고 학습하는 능력입니다.

갱년기가 되어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이 신경 가소성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해마의 수상돌기 가시, 즉 신경세포 간 연결 부위의 밀도가
에스트로겐 감소와 함께 실제로 감소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바로 작업기억입니다.
작업기억은 지금 이 순간 처리 중인 정보를 잠시 붙잡아두는 능력입니다.
요리를 하면서 다음 순서를 기억하거나,
대화 중에 상대방이 방금 한 말을 기억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이 작업기억의 효율이 저하되고,
그 결과 “분명히 알고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는 경험이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이건 치매와 어떻게 다른 걸까요

치매는 신경세포 자체가 손상되고 소멸되는 과정입니다.
한번 잃어버린 기억은 단서를 줘도 떠오르지 않고,
일상적인 판단력과 언어 능력까지 점차 무너집니다.

갱년기 기억력 저하는 성질이 다릅니다.
기억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기억을 꺼내오는 속도와 효율이 느려진 것에 가깝습니다.
힌트를 주면 “맞아, 그거였어”라고 곧바로 떠오른다면,
그건 기억의 소실이 아니라 인출 과정의 둔화입니다.

그리고 이 둔화는 중요한 특성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신경 가소성 저하는 가역적인 변화일 수 있습니다.
즉, 조건이 바뀌면 회복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변화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봐야 합니다.
갱년기 기억력 저하는 에스트로겐 하나만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수면의 질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면 중에는 낮 동안 해마가 임시 저장한 정보를 대뇌피질로 넘겨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갱년기의 열감이나 야간발한으로 수면이 자꾸 끊기면, 이 정리 작업 자체가 방해를 받습니다.
에스트로겐 감소가 기억 입력을 어렵게 만들고,
수면 분절이 기억 정리까지 막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여기에 만성적인 긴장과 과부하가 더해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집니다.
긴장 상태가 지속될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해마 신경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갱년기의 감정 기복과 심리적 부담이 기억력을 추가로 떨어뜨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갱년기 기억력 저하를 “에스트로겐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실제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의 일부만 설명하게 됩니다.
수면, 자율신경계의 균형, 심리적 부담이 함께 뇌에 영향을 주고 있을 때,
어느 한 요소만 따로 들여다보는 것은 전체 그림을 놓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무서워서 검색한 당신에게

기억이 흐릿해지는 경험은 두렵습니다.
그 두려움 자체는 당연한 반응입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치매로 단정짓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갱년기 기억력 저하는 뇌가 무너지는 과정이 아니라,
호르몬 환경의 변화에 뇌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능적 변화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영향을 주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함께 살펴볼 때 훨씬 잘 이해됩니다.

치매는 “기억이 없어지는 것”이고,
갱년기 건망증은 “기억이 느리게 꺼내지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지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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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갱년기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갱년기 건망증은 힌트를 주면 기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판단력이나 언어 능력은 유지됩니다. 반면 치매 초기에는 단서를 줘도 기억이 떠오르지 않고, 일상적인 결정이나 대화에서도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Q. 갱년기에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에서 신경세포 간 연결이 약해지고, 새로운 정보를 잠시 붙잡아두는 작업기억의 효율이 저하됩니다. 여기에 수면 분절과 지속적인 긴장 상태가 더해지면 기억력 저하가 더욱 뚜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갱년기 기억력 저하는 회복될 수 있나요?

A.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해마의 변화는 치매처럼 신경세포가 소멸되는 것과 달리, 가역적인 기능 변화에 가깝습니다. 수면의 질, 심리적 부담, 자율신경계 상태 등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들이 함께 개선될 때 회복의 여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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