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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손발저림이 혈당 조절해도 계속되는 이유가 뭔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혈당 수치가 안정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손발 저림은 여전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혈당만 잡으면 낫는다”고 생각했는데
기대와 달리 증상이 그대로라면,
그건 혈당 이외에 이미 다른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혈당 조절은 손발저림 문제의 시작점일 뿐,
그 자체가 끝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왜 혈당이 잡혀도 저림이 지속되는지,
그 기전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높은 혈당이 신경에 남기는 흔적들

당뇨가 오래되면 말초신경에 손상이 생깁니다.
이를 당뇨 말초신경병증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손상이 혈당 수치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세포 안에서 포도당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대사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르비톨’이라는 물질이 축적되고,
신경세포 내부의 삼투압 균형이 무너집니다.
신경이 부어오르고, 전도 속도가 느려지죠.

동시에 산화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산화 스트레스란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는 상태인데,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에 비해 이 손상에 특히 취약합니다.

신경세포는 스스로 재생하는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한번 손상이 축적되면 단순히 혈당을 낮춘다고 해서
그 흔적이 금방 지워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혈당이 잡혀도 저림이 남는 진짜 이유

혈당 조절 이후에도 저림이 지속되는 핵심에는
미세혈관 손상이 있습니다.

말초신경은 자체적으로 혈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신경혈관이라고 합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가 반복되면
이 아주 가는 혈관들의 내벽이 두꺼워지고,
혈액 흐름이 줄어듭니다.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줄어든 신경은
서서히 기능을 잃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미세혈관의 구조적 변화는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혈당은 수치로 확인되지만,
미세혈관의 손상은 수치에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이게 핵심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층이 더해집니다.
산화 스트레스는 혈당이 안정되어도 한동안 지속됩니다.
만성적으로 높았던 혈당은 혈관 내벽 세포에
산화 손상의 기억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사 기억’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혈당을 낮추는 것과 신경이 회복되는 것은
시간표가 다릅니다.

저림이 지속되는 이유는 혈당 조절 실패가 아니라,
이미 진행된 두 가지 손상,
산화 스트레스와 미세혈관 변화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경이 회복되려면 혈액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산화 손상이 더 이상 누적되지 않는 환경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은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찍히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됩니다.

저림 증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

많은 분들이 혈당 수치를 기준으로
몸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물론 혈당 조절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손발저림은 혈당이 아닌
신경과 혈관의 회복 속도로 읽어야 합니다.

저림이 남아있다는 것은 몸이
“혈당은 잡혔지만 여기는 아직 회복 중”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산화 스트레스가 주된 문제인지,
미세혈관 흐름이 문제인지,
신경 자체의 전도 기능이 떨어진 것인지에 따라
이후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혈당 수치만 보지 않고,
신경과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를 함께 살피는 시각,
그것이 당뇨 손발저림을 이해하는
다른 출발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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