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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재활치료 꾸준히 했는데 왜 손이 아직도 불편한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재활치료를 몇 달씩 받았는데
손이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건 의지나 노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경색 후 손 기능 회복이 유독 더딘 데는
뇌 안에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손의 회복은 다리와 완전히 다른 경로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걷는 연습은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는데
손가락 움직임은 아무리 해도 제자리인 것 같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은 왜 다른 신체 부위보다 회복이 느릴까

뇌에서 손까지 명령을 전달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뇌에서 척수로 직접 내려오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뇌간을 거쳐 우회하는 경로입니다.

손과 손가락의 정교한 움직임은 뇌에서 척수로 이어지는 직접 경로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그런데 뇌경색은 바로 이 직접 경로,
즉 뇌의 운동 영역과 척수를 잇는 섬유 다발을 자주 손상시킵니다.
이 부위가 끊기면 손가락으로 내려가는 정밀 신호 자체가 차단됩니다.

다리는 우회 경로로도 어느 정도 기능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처럼 정교하고 독립적인 움직임은 우회 경로만으로는 대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것이 재활을 열심히 해도
손 기능이 다리보다 훨씬 느리게 돌아오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뇌 가소성의 한계, 그리고 회복을 막는 또 다른 변수들

뇌는 손상 이후에도 스스로 회로를 재구성하려 합니다.
이것이 신경 가소성이고,
재활치료의 핵심 원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경 가소성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손상된 직접 경로의 섬유가 일정 비율 이상 끊겼을 때는
재구성 자체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뇌 영상에서 경로 손상이 심각하게 확인된 경우,
재활을 지속해도 손가락 기능이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회복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경로 손상의 정도만이 아닙니다.

뇌가 새 회로를 만들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야 하며,
염증 상태가 억제되어 있어야 합니다.

뇌경색 이후 지속되는 만성 염증,
수면 문제로 인한 회복 호르몬 저하,
소화 기능 저하로 인한 영양 흡수 감소,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뇌 가소성의 여건을 좁히고 있습니다.

즉, 재활 운동 자체는 맞는 방향이지만,
뇌가 변화하기 좋은 생리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가소성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합니다.

운동 신호를 보내도 받을 준비가 안 된 상태인 겁니다.

근육이 굳거나 경직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직이 심해지면 손 자체가 올바른 감각 자극을 받지 못하고,
그러면 뇌로 올라오는 감각 피드백도 줄어듭니다.
감각 피드백이 줄면 뇌가 손을 인식하는 지도 자체가 축소됩니다.

이 감각-운동의 양방향 연결이 약해지는 것,
이것이 회복이 멈춰 보이는 또 하나의 핵심 이유입니다.

회복의 가능성을 다시 보는 시각

재활치료를 열심히 했는데도 손이 불편한 건
그 치료가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뇌가 회로를 재구성하려면,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경로 손상의 정도, 뇌의 염증 상태, 수면의 질, 신체 전반의 영양과 에너지 대사,
그리고 손으로 들어오는 감각 자극의 질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접근하면,
다른 요소들이 그 가능성을 계속 제한하게 됩니다.

손이 아직 불편한 것은 한계가 온 것이 아니라,
아직 조건이 다 갖춰지지 않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 조건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
그것이 재활의 다음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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