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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말초신경병증으로 발바닥이 두꺼운 느낌인데 감각이 돌아올 수 있나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항암 치료를 마친 뒤에도 발바닥이 두껍게 느껴지거나,
솜을 밟는 것 같은 감각이 지속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치료가 끝났는데 왜 이런 증상이 남아 있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항암 부작용이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입니다.
감각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시간이 아니라, 어떤 항암제가 어느 깊이까지 신경을 건드렸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신경 바깥을 감싸는 구조가 있습니다.
슈반세포라고 부르는 이 세포는 신경 신호가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절연체 역할을 합니다.
이 구조가 손상되면 신호 전달이 느려지거나 왜곡되고, 발바닥이 두껍고 먹먹하게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항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이 감각이 남아 있는 이유는
슈반세포의 회복 속도가 항암제가 일으킨 손상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항암제는 신경을 어디까지 손상시키는가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항암제는 크게 세 계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탁산계 항암제입니다.
파클리탁셀이나 도세탁셀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 계열은 신경 세포 내부의 골격 구조를 안정시켜 버립니다.
정상적인 세포라면 유연하게 변형되어야 할 구조가 굳어버리면서,
신경 말단까지 신호를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손상은 주로 가장 말단, 즉 발바닥이나 발가락 끝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백금 계열 항암제입니다.
옥살리플라틴이나 시스플라틴이 대표적인데,
이 계열은 신경 세포체 자체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세포체가 손상되면 축삭, 즉 신호를 전달하는 긴 줄기 전체가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축삭 손상이라 하는데, 세포체부터 시작되는 이 방식은 회복이 가장 어려운 유형입니다.

세 번째는 빈카알칼로이드 계열입니다.
빈크리스틴이 여기에 해당하며,
신경 내부 운반 시스템을 방해합니다.
신경 세포가 필요한 영양소나 신호 물질을 말단으로 보내지 못하게 되면서
서서히 감각이 무뎌지게 됩니다.

같은 발바닥 먹먹함이라도, 어떤 항암제를 썼느냐에 따라 손상 위치와 깊이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회복 가능성도 달라집니다.

슈반세포는 재생할 수 있는가, 그 한계는 어디인가

슈반세포는 재생 능력이 있는 세포입니다.
신경 외부를 감싸는 막인 신경내막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슈반세포는 그 구조를 따라 다시 자라나면서 감각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축삭 손상이 깊어서 신경내막 자체가 무너진 경우입니다.
이때는 슈반세포가 어디를 따라 자라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재생이 이뤄지더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자라거나,
불완전한 절연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감각이 뒤틀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반면, 탁산 계열처럼 세포체보다 말단의 슈반세포와 축삭 외곽이 주로 손상된 경우는
신경내막 구조가 비교적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감각 회복의 조건은 갖춰져 있는 겁니다.
물론 자동으로 회복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복 예측에서 중요하게 보는 인자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항암 종료 후 경과 기간입니다.
증상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일부 회복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는 예후가 상대적으로 낫습니다.
반면 1년 이상 거의 변화가 없다면, 손상이 깊은 축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둘째는 증상의 패턴입니다.
발바닥이 두껍게 느껴지는 증상 외에,
찌르는 듯한 통증, 타는 느낌, 전기 충격 같은 감각이 섞여 있다면
슈반세포 재생 과정에서 신호가 뒤섞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런 혼합 증상은 재생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항암제 누적 용량입니다.
총투여량이 높을수록 신경내막까지 손상이 미쳤을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회복 가능 구간이 좁아집니다.

감각이 돌아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발바닥의 감각이 돌아온다는 것은
단순히 증상이 사라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신경 신호 전달 경로가 재건되면서 뇌가 다시 발바닥의 정보를 정확하게 읽는 상태를 말합니다.

회복은 대부분 발끝부터 시작되어 발바닥, 발등 순서로 올라옵니다.
감각이 돌아오는 초기에는 오히려 찌릿하거나 간지럽거나,
이전과 다른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단계를 불편하게 느껴 회복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상 감각 자체가 신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발바닥이 먹먹하고 두꺼운 느낌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가만히 기다리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슈반세포가 재생 가능한 구간 안에 있는지,
신경내막 구조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항암이 끝났다고 해서 신경계의 이야기도 끝나는 건 아닙니다.
발바닥에서 지금도 무언가 진행 중입니다.
그 과정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항암 후 발바닥이 두꺼운 느낌,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나아지나요?

A. 항암제 종류에 따라 신경 손상 깊이가 달라서, 모든 경우에 자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축삭과 신경내막까지 손상된 경우와 외곽 슈반세포만 손상된 경우는 회복 예후가 크게 다릅니다. 증상이 6개월 이상 거의 변화가 없다면, 손상 범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Q. 항암 말초신경병증 증상이 회복 중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감각 회복 초기에는 오히려 찌릿하거나 타는 듯한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슈반세포가 재생되면서 신호 전달이 다시 시작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발끝에서 발바닥 쪽으로 감각 변화가 올라오는 방향성이 확인된다면 회복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어떤 항암제가 말초신경 손상을 가장 많이 남기나요?

A. 백금 계열 항암제, 특히 옥살리플라틴과 시스플라틴은 신경 세포체 자체에 영향을 주어 축삭 전체가 퇴화하는 방식으로 손상이 진행됩니다. 이 방식은 세포체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회복이 가장 어려운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탁산 계열은 말단 위주 손상이라 신경내막 구조가 유지될 경우 회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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