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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 전조증상 있는데 MRI는 정상이라고 나왔어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눈앞에 빛이 번쩍이고, 시야 한쪽이 흐릿해지고,
말이 잘 안 나오거나 손발이 저릿저릿해집니다.
분명히 뭔가 이상한데, MRI를 찍으면 아무 이상 없다고 나옵니다.

“검사에서 정상이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듣고도 안심이 안 된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증상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MRI가 정상이라는 말은 뇌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병변도 없고, 출혈도 없고, 종양도 없다는 뜻이죠.
그런데 편두통 전조증상은 뇌 구조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 즉 기능의 문제입니다.

구조와 기능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검사 결과만 보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검사가 정상인데도 자꾸 불안해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전조증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편두통 전조증상의 핵심 기전은 피질 확산 억제입니다.
뇌의 표면, 즉 대뇌피질에서 전기적 흥분이 물결처럼 퍼져 나간 뒤
그 자리가 일시적으로 억제됩니다.
이 흥분과 억제의 물결이 시각 영역, 감각 영역, 언어 영역을 순서대로 지나가면서
눈앞의 번쩍임, 감각 이상,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나는 겁니다.

이 과정은 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뇌 세포들 사이의 전기화학적 상태가 일시적으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뇌 세포가 죽거나 형태가 달라지는 게 아니니
MRI 영상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습니다.
혈관이 막힌 것도, 뇌 조직이 손상된 것도 아닌 거죠.

그러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피질 확산 억제는 뇌가 과도하게 흥분된 상태, 즉 과민한 상태일 때 더 쉽게 시작됩니다.
뇌 자체가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조율되어 있는 상태,
그것이 편두통이 있는 뇌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빛, 소리, 냄새,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 공복 같은 자극들이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미 과민한 뇌에서는 피질 확산 억제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됩니다.

기능적 과민 상태를 구조 검사가 못 잡는 이유

MRI는 뇌의 형태를 보는 도구입니다.
어느 부위가 어떻게 생겼는지, 크기는 어떤지, 신호 이상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편두통에서 문제가 되는 건 형태가 아닙니다.
문제는 뇌 신경 세포들이 얼마나 쉽게 흥분하고,
얼마나 쉽게 억제되느냐, 즉 역치의 문제입니다.

역치가 낮다는 건 작은 자극에도 뇌가 크게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세포의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포막에서 이온이 드나드는 방식,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그리고 뇌를 조율하는 시스템 전체가 관련된 문제입니다.
이런 기능적 상태는 정적인 영상 검사로는 포착할 수 없습니다.

MRI가 찍히는 순간에는 뇌가 평온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피질 확산 억제는 이미 지나갔고, 전조증상도 사라졌고, 두통도 없는 상태에서 찍힙니다.
그러니 당연히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런데 뇌의 과민 상태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음 방아쇠가 당겨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요.
MRI 정상이라는 말이 “뇌에 아무 문제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검사에서 잡히는 구조적 병변이 없다”는 뜻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편두통이 반복되는 분들을 보면, 전조증상이 없던 분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기 시작하고,
처음엔 한 달에 한두 번이던 게 점점 잦아지는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건 뇌의 과민 상태가 점점 더 낮은 역치로 조율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구조 검사 정상이라는 이유로 그냥 두기에는
이 변화가 가볍지 않습니다.

검사가 정상이어도 증상은 진짜입니다

정상 MRI는 분명 중요한 정보입니다.
심각한 구조적 원인, 즉 뇌졸중이나 종양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해 주죠.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확인입니다.

하지만 구조가 정상이라는 사실이 기능적 과민 상태까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전조증상이 반복된다면, 뇌는 분명 어떤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겁니다.
그 불안정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이 역치를 낮추고 있는지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검사 결과 한 장으로 모든 게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증상이 있다면, 그 증상이 말하는 것을 더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편두통 전조증상이 있으면 뇌졸중 가능성도 있나요?

A. 전조증상이 반복적이고 패턴이 일정하다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지만, 처음 나타나거나 양상이 갑작스럽게 바뀐 경우에는 뇌졸중과 감별이 필요합니다. 두 가지는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영상 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확인이 중요합니다.

Q. 편두통 전조증상만 있고 두통이 없는 경우도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전조증상만 나타나고 두통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를 무두통 편두통이라고 합니다. 피질 확산 억제가 일어나도 두통 단계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 두통 없이 시각 이상이나 감각 이상만 반복된다면 편두통 계열로 봐야 할 수 있습니다.

Q. 편두통이 점점 자주 생기는 이유는 뭔가요?

A. 편두통이 반복될수록 뇌의 흥분 역치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즉, 처음에는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던 뇌가 점점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게 되는 겁니다. 이 변화는 발작 횟수가 늘어날수록 가속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부터 원인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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