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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 뇌 훈련 효과 있을까 없을까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뇌훈련이 치매를 막아준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퍼즐 맞추기, 스마트폰 인지 훈련 앱,
바둑, 외국어 공부.

정말 이런 것들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답은 “효과 있다”이기도 하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이기도 합니다.

뇌가 훈련에 반응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반응이 실제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뇌 안에서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습니다.

뇌는 실제로 자극에 반응한다

뇌에는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자극을 받으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새로 만들어지고,
기존 연결이 강화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뇌의 특정 부위에서
혈류가 늘고 신경연결망이 조밀해진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특히 해마 — 기억을 저장하고 정리하는 부위 — 는
꾸준한 인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교육 수준이 높거나
직업적으로 복잡한 사고를 많이 한 사람들이
같은 수준의 뇌 손상이 있어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걸 인지 예비능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뇌가 손상에 버티는
완충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살면서 쌓는
인지적 경험의 총합으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게 있습니다.

뇌훈련 연구들을 들여다보면
특정 과제를 훈련하면 그 과제는 잘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일상의 전반적인 인지기능으로
넘어가는 건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스도쿠를 잘하게 되는 것과
일상에서 기억력이 좋아지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죠.

뇌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진짜 이유

뇌훈련의 효과가 제한적인 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뇌가 기능하려면 인지 자극 이전에
작동해야 하는 기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뇌혈류입니다.

뇌는 몸무게의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산소 소비량의 20%를 씁니다.

혈류가 줄면 신경세포는 자극을 받아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합니다.

운동이 뇌훈련보다 강력한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은 뇌혈류를 늘리고,
해마의 신경영양인자 분비를
직접 촉진합니다.

둘째는 수면입니다.

뇌는 깊은 수면 중에
낮 동안 쌓인 노폐물을 청소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핵심 원인 물질로 꼽히는
단백질이 이 청소 과정에서 제거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훈련의 효과가 쌓이지 않습니다.

기억이 강화되는 과정 자체가
수면 중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사회적 연결입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위안이 아닙니다.

전두엽의 복잡한 처리 기능 —
상황 판단, 감정 조절, 맥락 이해 — 을
지속적으로 가동시키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사회적 고립이 인지 저하를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 건 이 때문입니다.

이 세 가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훈련만 하는 건,
연료가 없는 차를 밀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효과 있는 뇌훈련의 조건

뇌훈련이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하나는 새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성입니다.

이미 익숙한 활동을 반복하는 건
뇌에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습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칫솔질을 하거나,
평소 하지 않던 악기를 배우거나,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접하는 게
훨씬 강한 자극입니다.

뇌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바로 신경연결망이 활성화되는 지점입니다.

복잡성도 중요합니다.

신체 움직임과 인지 과제가 결합된 활동 —
춤, 구기 스포츠, 악기 연주 — 은
단독 인지훈련보다 뇌에 더 풍부한 자극을 줍니다.

운동하면서 동작을 기억하고,
리듬을 맞추고,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뇌의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뇌는 관리보다 ‘사용’에 반응한다

뇌훈련은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치매 예방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뇌훈련은 여러 개의 퍼즐 조각 중 하나입니다.

혈류를 만드는 운동,
노폐물을 청소하는 수면,
복잡한 처리를 가동하는 사회적 연결,
그리고 그 위에서 작동하는 인지 자극.

이 조각들이 함께 맞춰질 때
비로소 뇌의 예비능이 쌓입니다.

앱으로 하루 10분 뇌훈련을 하는 것보다,
친구와 낯선 동네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강력한 예방이 될 수 있습니다.

뇌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기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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