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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역 삼차신경통 칼로 찌르는 듯한 얼굴 통증 약 먹어도 매일 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삼차신경통은 통증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습니다.
칼로 찌르는 듯한, 전기가 흐르는 듯한 통증이
단 몇 초 만에 왔다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분명 약을 먹고 있는데도,
통증은 매일같이 찾아옵니다.

세수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심지어 바람이 볼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 글에서 풀어볼 이야기는 하나입니다.
왜 삼차신경통은 그토록 작은 자극에도
극단적인 통증으로 반응하는가.

삼차신경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삼차신경은 얼굴 전체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입니다.
이마, 뺨, 턱 세 방향으로 뻗어 있고,
뇌간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상적인 신경은 신호를 전달할 때
신호가 새지 않도록 절연 구조로 감싸져 있습니다.
이 절연 구조를 수초(髓鞘)라고 합니다.

수초가 손상되면 신호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가벼운 촉각 신호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고,
인접한 통증 섬유를 건드려버립니다.
이것이 탈수초화가 만들어내는 문제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래 연필로 살짝 건드리는 수준의 신호가
칼로 찌르는 신호로 바뀌어 뇌에 도달하게 되는 겁니다.
탈수초화는 단순히 신경이 약해지는 게 아니라,
신호의 종류 자체가 왜곡되는 현상입니다.

삼차신경통에서 혈관이 신경을 압박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 압박이 오래 지속될수록,
수초는 점점 더 손상되고
탈수초화 범위는 넓어집니다.

약을 먹어도 통증이 계속되는 이유

삼차신경통에 쓰이는 약물은
주로 신경의 흥분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약의 효과가 줄거나, 통증이 다시 잦아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중추 감작입니다.

삼차신경에서 반복적으로 강한 신호가 뇌간으로 올라오면,
뇌간의 신경 회로 자체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반복 자극에 노출된 중추 신경계는
점점 더 낮은 역치에서도 통증을 출력하도록 재편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말초 신경에서의 신호 크기와 무관하게
뇌 자체가 통증을 만들어냅니다.
약물이 말초 신경의 흥분은 낮출 수 있어도,
이미 바뀐 중추 회로에는 충분히 닿지 못하는 겁니다.

중추 감작은 말하자면 경보 시스템의 임계값이
낮아진 채로 고정되는 현상입니다.

바람이 스치는 것, 음식이 닿는 것,
그 모든 것이 경보를 울리는 자극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삼차신경통이 오래될수록
발작 횟수가 늘고, 유발 자극의 강도는 오히려 줄어드는 겁니다.
신경이 더 예민해지는 게 아니라,
통증 회로가 점점 더 낮은 기준으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탈수초화는 말초에서 신호를 왜곡하고,
중추 감작은 뇌 수준에서 역치를 낮춥니다.
이 두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가
삼차신경통을 반복적이고 치료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통증 역치가 낮아진다는 것의 의미

통증 역치가 낮아진다는 표현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차신경통을 겪는 분들에게는
매우 구체적인 현실입니다.

처음에는 특정 부위를 만질 때만 발작이 생겼다면,
점점 더 넓은 자극, 더 약한 자극에도 반응이 생깁니다.
이것이 역치가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질환을 단순히 ‘얼굴의 신경 문제’로 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통증이 말초 신경에서 시작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뇌간과 중추 신경계가 함께 관여하는 문제로 바뀝니다.

탈수초화된 신경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중추 감작이 진행되는 속도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차신경통을 볼 때
말초 신경의 상태만 보는 것은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얼굴의 통증이지만, 뇌 수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하는 질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차신경통이 약을 먹어도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약물은 주로 말초 신경의 흥분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반복적인 발작이 지속되면 뇌간 수준에서 중추 감작이 형성됩니다. 중추 감작 상태에서는 뇌 자체가 낮은 자극에도 통증을 출력하도록 회로가 재편되기 때문에, 말초에 작용하는 약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삼차신경통에서 수초 손상이 왜 중요한가요?

A. 수초는 신경 신호가 새지 않도록 감싸는 절연 구조인데, 이것이 손상되면 가벼운 촉각 신호가 인접한 통증 섬유를 건드려 극심한 통증으로 왜곡됩니다. 탈수초화가 진행될수록 더 약한 자극에도 발작이 유발되고, 통증의 강도 역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삼차신경통 발작이 점점 더 자주 생기는 이유가 있나요?

A. 중추 감작이 진행되면 통증 역치가 점점 낮아져, 처음에는 특정 자극에서만 발작이 생겼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약하고 넓은 자극에도 반응하게 됩니다. 말초 신경의 탈수초화와 중추 감작이 동시에 진행될 때 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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