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리고 당기면 대부분 “디스크 때문이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MRI를 찍어보면 별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좌골신경통의 원인은 허리디스크 하나가 아닙니다.
신경이 눌리는 위치, 눌리는 방식, 주변 조직의 상태에 따라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인을 정확히 감별하지 못하면
증상이 반복되거나 오랫동안 낫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게 됩니다.
다리저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오늘은 그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좌골신경이 눌리는 곳은 허리만이 아닙니다
좌골신경은 인체에서 가장 굵고 긴 신경입니다.
허리뼈 4번부터 엉치뼈까지 여러 신경가지가 모여
하나의 큰 신경으로 합쳐진 다음,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 뒤쪽, 무릎, 종아리, 발끝까지 이어집니다.
이 경로 어디에서든 압박이 생기면 저림과 당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 즉 추간판이 신경을 누르는 경우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척추관이 좁아진 경우,
척추 관절이 틀어진 경우,
엉덩이 근육이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 등
원인은 여러 층위에 걸쳐 있습니다.
특히 이상근이라는 엉덩이 심부 근육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근이 경직되거나 비대해지면 좌골신경을 직접 눌러버립니다.
허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엉덩이 깊은 곳이 뻐근하고 다리가 저린 이유가
바로 이 근육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눌리는 위치에 따라
감별 방법과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신경은 왜 쉽게 회복되지 않을까
신경이 눌렸다는 것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습니다.
신경 조직은 혈액 공급이 끊기는 순간부터 서서히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신경에는 자체적으로 혈액을 공급받는 미세혈관 구조가 있습니다.
압박이 지속되면 이 혈관들이 눌리고,
산소와 영양이 부족해지면서 신경 전달 속도가 느려집니다.
저림과 무감각이 생기는 건 이 과정의 결과입니다.
압박이 제거되더라도 신경이 바로 회복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경은 근육이나 뼈와 달리 재생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복 자체가 시작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신경은 눌리는 것 외에도 염증 환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주변 조직에 만성 염증이 있으면 신경은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것이 저림이나 통증이 들쭉날쭉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압박, 혈류 저하, 염증 이 세 가지가 겹치면
증상은 더 복잡하고 오래 지속됩니다.
자율신경도 이 흐름에 관여합니다.
자율신경은 말초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합니다.
자율신경이 불균형 상태에 있으면 신경 주변의 미세순환이 저하되고,
회복에 필요한 혈류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수면이 부족한 시기에
다리저림이 더 심해지는 경험을 하는 분들이 많은 건
이 경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시작된 문제인지, 그게 먼저입니다
좌골신경통을 제대로 보려면
“신경이 눌렸다”는 결론보다
“어디서, 왜 눌렸는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허리 4, 5번 디스크에서 비롯된 것인지,
엉덩이 근육의 경직이 원인인지,
척추관 협착처럼 구조적 문제인지,
아니면 신경 주변의 염증과 혈류 문제가 복합된 것인지.
원인이 다르면 접근도 달라야 합니다.
그리고 신경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압박과 염증이 먼저 줄어들어야 합니다.
회복의 조건을 갖추는 것,
그것이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다리저림이 오래됐다면, 시작점을 다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증상도 원인은 다를 수 있고,
원인이 다르면 몸이 회복되는 경로도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