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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신경염 후유증 어지럼증 안 낫는 이유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전정신경염은 급성기만 지나면 낫는 병이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극심한 회전성 어지럼증은 며칠 안에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심지어 1~2년이 지나도
흔들리는 느낌, 머리를 빠르게 움직일 때의 불안감,
걸을 때 뭔가 붕 뜨는 것 같은 감각이 남아 있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검사에서는 정상이라는데 왜 아직도 이러지?”
이 물음에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한쪽 전정기관이 망가졌을 때 뇌가 하는 일

전정신경염은 이름 그대로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한쪽 귀의 균형 신호가 갑자기 차단되면, 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집니다.
양쪽에서 들어오던 신호가 한쪽만 끊기니까요.
그래서 심하게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이 나타나고,
구역질, 구토까지 동반되는 겁니다.

급성기가 지나면 뇌는 보상 작업에 들어갑니다.
손상된 쪽 신호를 건강한 쪽이 대신 메우거나,
눈과 목의 감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요.
이것을 전정 보상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보상이 자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뇌가 새로운 균형 회로를 구성하려면
지속적인 신체 활동과 자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움직이면 어지러우니 가만히 있다 보면,
뇌는 보상을 멈춥니다.

보상이 멈추는 자리, 후유증은 거기서 시작된다

전정 보상은 뇌가 스스로 재배선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개입합니다.
어지럼증 때문에 몸을 아끼다 보면
목과 어깨가 굳고, 시선 고정 근육들이 긴장합니다.

목의 근육은 전정 신호를 보완하는 중요한 감각 경로입니다.
목이 굳으면 뇌로 들어오는 자세 감각 정보가 왜곡되고,
보상 회로가 정확하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수면 문제가 겹칩니다.
어지럼증이 있으면 잠들기 어렵고,
수면이 부족하면 뇌의 가소성, 즉 회로를 다시 짜는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깊은 수면 중에 뇌는 낮 동안 익힌 감각 패턴을 정리하고 저장합니다.
이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보상은 계속 미완성 상태로 남게 됩니다.

불안도 핵심 변수입니다.
흔들리는 느낌이 반복되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높아집니다.
긴장 상태는 전정 신호에 대한 뇌의 과민 반응을 강화합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고,
이게 어지럼증처럼 느껴지는 감각 과민 상태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전정신경염 후 만성 어지럼증이 남은 분들을 보면
신체 기능 검사보다 이런 요소들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지럼증이 장기화되는 건 기관이 문제가 아니라
회로가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굳어버린 것에 더 가깝습니다.

회로가 다시 만들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전정 보상은 자동 완성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져야 작동합니다.

뇌가 새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로 균형을 요구하는 자극이 반복적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움직임을 피하면 보상이 멈추고,
움직임을 천천히 늘려가면 보상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목과 어깨의 긴장이 풀려야 감각 경로가 정상화됩니다.
수면의 질이 회복돼야 뇌가 그 자극을 소화하고 저장할 수 있습니다.
불안이 낮아져야 감각 과민 상태가 가라앉고,
작은 흔들림에 과하게 반응하는 패턴이 줄어듭니다.

어지럼증이 오래간다면, 몸을 아끼는 것만이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뇌가 보상을 완성할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지,
그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한 물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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