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무겁고
여기저기가 아픕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봐도
특별한 이상은 안 나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에요”라는 말만 듣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진짜 아프고, 진짜 힘이 없습니다.
이런 상태가 우울증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우울증이 몸 전체를 아프게 하는 이유
우울증을 “마음의 병”으로만 보면
몸 증상은 설명이 안 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우울증을 전신 염증 상태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면
염증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루킨-6, 종양괴사인자 같은
염증 물질이 증가해 있습니다.
이 염증 물질들은
몸 곳곳에서 통증과 피로를 유발합니다.
근육통, 관절통, 두통이 생기고
온몸이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검사를 해도 관절염이나 근육 질환은 안 나오지만,
통증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염증이 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로
몸에서 생긴 염증이
어떻게 기분과 정서에 영향을 줄까요.
염증 물질은 혈액을 타고 뇌에 도달합니다.
뇌에 염증 신호가 전달되면
신경전달물질 합성이 방해받습니다.
특히 세로토닌을 만드는 경로가 막힙니다.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이
염증 상태에서는 다른 물질로 바뀌어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사물은
오히려 신경 독성을 가집니다.
세로토닌은 줄어들고,
독성 물질은 늘어나니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이 사라집니다.
왜 항우울제가 잘 안 듣는 경우가 있나
항우울제는 대부분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염증 때문에
트립토판 자체가 다른 경로로 빠져나가고 있다면
아무리 세로토닌을 붙잡아둬도
만들어지는 양 자체가 적습니다.
약을 먹어도 효과가 미미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울증의 약 30%는
표준 항우울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를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는데,
염증 수치가 높은 환자에서 더 흔합니다.
약물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염증이라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몸의 염증이 어디서 오는가
그렇다면 이 염증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요.
여러 경로가 있습니다.
첫째,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 리듬이 망가지고
면역 체계가 염증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둘째, 장 건강입니다.
장 점막이 손상되면
염증 물질이 혈류로 넘어갑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장의 상태가 직접 뇌에 영향을 줍니다.
셋째, 수면 부족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뇌의 청소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염증 물질이 쌓입니다.
이 요인들은 따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이 안 오고,
잠이 부족하면 장 기능이 떨어지고,
장이 안 좋으면 염증이 증가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구조입니다.
무기력함과 통증이 함께 오는 이유
염증이 높은 상태에서는
뇌가 “아프다” 신호에 민감해집니다.
같은 자극도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에너지 대사가 떨어지면서
무기력함이 찾아옵니다.
몸이 감염이나 상처와 싸울 때
에너지를 아끼려고 활동을 줄이는 것처럼,
뇌가 염증 상태로 인식하면
움직이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이게 무기력함으로 나타납니다.
통증과 무기력함이
동시에 오는 게 우연이 아닌 겁니다.
염증이라는 하나의 원인이
두 가지 증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우울증을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만 보면
약물과 상담이 전부가 됩니다.
하지만 염증이 관여하고 있다면
몸 상태를 함께 봐야 합니다.
수면 패턴, 장 건강, 만성 염증 상태,
이런 것들이 우울 증상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온몸이 아프고 무기력한데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면
“기분 탓”이 아닐 수 있습니다.
몸 어딘가에서 염증 신호가 계속 올라가고 있고,
그게 뇌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큼
몸의 염증 상태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