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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아침마다 두통 호소하는데 학교 가기 싫은 건지 진짜 아픈 건지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아이가 매일 아침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합니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증상이죠.

그런데 막상 결석하고 집에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 보입니다.
이쯤 되면 많은 부모님이 “꾀병인가?”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단순하게 답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몸은 심리적 긴장을 신체 증상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어른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번역 과정은 실제 생리 반응을 동반합니다.
즉, “진짜 아픈 것”과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아이 안에서는 동시에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스트레스가 몸의 증상으로 바뀌는 경로

뇌와 장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두 기관은 수억 개의 신경세포로 연결된 하나의 회로처럼 움직입니다.

학교에 대한 긴장감, 친구 관계의 불안, 발표나 시험에 대한 압박.
이런 감정 자극이 뇌에서 처리되는 순간,
그 신호는 소화관으로도 즉각 전달됩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 실제로 장이 과민하게 수축하거나 위산 분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건 상상이 아닙니다. 실제 신체 변화입니다.

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머리와 목 주변 근육이 수축하고,
혈관 반응성이 달라지면서 실제 통증 자극이 만들어집니다.

아이가 “머리 아파”라고 말할 때,
그건 연기가 아니라 몸이 느끼는 실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신호의 출발점이 심리적 긴장이라는 것이지,
신호 자체가 가짜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의 자율신경이 어른과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

아이의 신경계는 아직 발달 중입니다.
특히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 반응을 억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성인에 비해 미숙한 상태입니다.

어른은 “긴장되지만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율신경 반응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조절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몸은 긴장 자극에 훨씬 즉각적이고 과장되게 반응합니다.
심박수가 빠르게 오르고, 혈관이 수축하고, 위장 운동이 들쑥날쑥해집니다.

이 상태에서 두통이나 복통이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입니다.
아이가 증상을 꾸며낸 게 아니라,
아이의 자율신경이 그 상황을 실제 위협으로 해석하고 반응하는 겁니다.

반복되는 게 문제입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뇌는 그 패턴을 학습합니다.

“학교 갈 시간 = 몸이 힘들어지는 시간”이라는 연결이
점점 자동화됩니다.
나중에는 아이가 의식적으로 아프려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되면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기능성 신체 증상이 단순한 꾀병과 구분되는 핵심입니다.
신체 반응이 실재하고, 반복될수록 회로가 굳어진다는 점에서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증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꾀병이냐 진짜냐”라는 이분법은 사실 이 상황을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겁니다.
“아이의 몸과 감정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

아이가 증상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면,
그 표현의 생리적 실체를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꾀병이야”라고 단정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할 언어를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증상에만 반응하면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아플 때마다 학교를 쉬는 경험이 반복되면,
그 회피 자체가 뇌에 강화 학습됩니다.
증상이 “학교를 피하는 유효한 방법”으로 신경계에 등록되는 겁니다.

즉, 아이의 신체 증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증상이 만들어진 맥락을 함께 살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몸의 반응을 인정하는 것과 심리적 맥락을 보는 것,
둘 다 동시에 가능합니다.

아이의 자율신경 반응성과 감정 처리 방식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신경계는 반복되는 경험에 의해 바뀌고,
그 방향은 악화만을 향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그 회로는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증상이 완전히 굳어진 운명이 아니라,
접근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아침마다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는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A. 신체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실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뇌와 장이 연결된 신경 회로를 통해 긴장이나 불안이 소화기 증상이나 두통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를 기능성 신체 증상이라고 합니다. 검사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아이가 꾀병을 부리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Q. 학교 가기 싫어서 아프다고 하는 건지, 진짜 아픈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사실 이 둘을 명확히 분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심리적 긴장이 자율신경을 통해 실제 신체 반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아이 입장에서는 진짜로 아픈 감각을 느끼는 것입니다. “꾀병이냐 아니냐”보다 “아이의 몸과 감정이 어떤 상태인가”를 함께 살피는 시각이 더 도움이 됩니다.

Q. 아침마다 아프다고 해서 학교를 자꾸 쉬게 해줘도 괜찮을까요?

A. 증상을 이유로 반복적으로 학교를 결석하게 되면, 뇌가 “회피가 효과적이다”라는 패턴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신체 증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회피를 강화하지 않는 것은 동시에 가능한 접근입니다. 증상의 맥락을 함께 살피면서 대응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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