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관자놀이가 욱신거립니다.
동시에 같은 쪽 눈꺼풀이 파르르 떨립니다.
두 증상이 따로따로인 것 같지만,
같이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둘 다 같은 신경이 과흥분하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은 잠시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눈꺼풀 떨림은 여전하고,
며칠 뒤 두통도 다시 돌아옵니다.
왜 이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고,
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편두통은 혈관 문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편두통을
혈관이 늘어나서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혈관이 확장되면서 주변을 압박해
통증이 생긴다는 거죠.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건
조금 다릅니다.
편두통의 시작은 신경입니다.
삼차신경이라는 게 있습니다.
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큰 신경인데요.
눈 주변, 관자놀이, 이마, 턱까지
넓은 영역을 담당합니다.
이 신경이 뇌의 혈관과 연결되어 있어서
삼차신경 혈관계라고 부릅니다.
편두통은 이 삼차신경 혈관계가
과흥분하면서 시작됩니다.
신경이 먼저 흥분하고, 그 결과로
혈관이 확장되고, 염증 물질이 분비되는 겁니다.
왜 눈꺼풀이 같이 떨릴까요
삼차신경은 가지가 세 개입니다.
그래서 삼차신경이죠.
첫 번째 가지가 눈 주변을 담당합니다.
눈꺼풀, 이마, 눈 위쪽 두피까지요.
삼차신경이 과흥분하면
눈 주변이 함께 영향을 받습니다.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눈꺼풀 근육도 쉽게 떨립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을 정도의 자극에도
반응하는 거죠.
편두통이 왼쪽에 오면 왼쪽 눈꺼풀이 떨리고,
오른쪽에 오면 오른쪽 눈꺼풀이 떨리는 이유입니다.
삼차신경이 좌우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두통이 심해지기 직전에
눈꺼풀이 먼저 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이 흥분하기 시작하는 초기 신호인 겁니다.
신경을 흥분시키는 물질이 있습니다
삼차신경이 흥분하면 특정 물질을 분비합니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줄여서 신경 펩타이드라고 부릅니다.
이 물질은 혈관을 확장시킵니다.
그리고 주변 조직에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혈관이 늘어나고 염증이 생기면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게 악순환을 만든다는 겁니다.
신경이 흥분하면 펩타이드가 분비되고,
펩타이드가 염증을 일으키면 신경이 더 예민해집니다.
그러면 더 적은 자극에도 신경이 반응합니다.
편두통이 한 번 시작되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점점 자주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통제는 통증 신호를 차단합니다.
하지만 신경의 과흥분 상태와
펩타이드 분비 패턴은 그대로입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왜 한쪽만 아플까요
삼차신경은 좌우가 독립적으로 작동합니다.
한쪽이 과흥분해도 반대쪽은 정상일 수 있습니다.
편두통이 매번 같은 쪽에서 시작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쪽 삼차신경 혈관계가
더 예민해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쪽 신경이 반복적으로 흥분하면
그 경로가 점점 강화됩니다.
같은 쪽 눈이 충혈되거나,
코가 막히거나, 눈물이 나는 증상도
삼차신경의 다른 가지들이
함께 활성화되면서 생깁니다.
두통만 있는 게 아니라
얼굴 한쪽 전체가 불편해지는 느낌.
이건 삼차신경 전체가
과흥분 상태에 빠졌다는 신호입니다.
신경의 흥분 역치가 낮아진 상태입니다
정상적인 삼차신경은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흥분 역치가 높아서
큰 자극이 와야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편두통을 겪으면
이 역치가 낮아집니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호르몬 변화, 특정 음식.
이런 것들이 편두통 유발 인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정상적인 신경이라면 이 정도에 반응하지 않습니다.
역치가 낮아진 신경은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과흥분합니다.
그래서 편두통이 자주 오는 분들은
유발 인자를 피해도 완전히 예방되지 않습니다.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경 자체의 흥분성이 높아진 상태를
다뤄야 합니다.
눈꺼풀 떨림과 편두통이 함께 나타날 때,
둘을 따로 보지 마십시오.
같은 신경계가 보내는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