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때가 되면
어김없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진통제를 미리 챙겨두고,
심하면 일상을 포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생리 두통은 단순히 생리통의 연장이 아닙니다.
호르몬 변화가 뇌와 혈관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발생하는 별개의 기전입니다.
왜 매달 같은 시기에 두통이 찾아오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떨어질 때
생리 주기 동안 에스트로겐 수치는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합니다.
배란 전후로 가장 높았다가,
생리 직전에 급격히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 급락 자체가
뇌에 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에스트로겐은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치가 안정적일 때는 괜찮지만,
급격히 떨어지면 뇌가 통증에 더 민감해집니다.
생리 두통이 생리 전날이나
생리 첫째 날에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에스트로겐이 바닥을 찍는 시점과
두통이 시작되는 시점이 일치합니다.
세로토닌이 함께 흔들립니다
에스트로겐은 세로토닌 시스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로 알려져 있지만,
뇌혈관의 수축과 확장에도 관여합니다.
에스트로겐이 떨어지면
세로토닌 활동도 같이 줄어듭니다.
세로토닌이 낮아지면
뇌혈관이 확장되면서 박동성 두통이 시작됩니다.
맥박에 맞춰 지끈거리는 느낌,
움직이면 더 아픈 느낌이 이 기전입니다.
편두통과 비슷한 양상인데,
실제로 생리 두통은 편두통의 한 형태로 분류됩니다.
호르몬 변동이 방아쇠 역할을 하고,
세로토닌과 혈관이 반응하는 구조입니다.
매달 반복되면서 뇌가 민감해집니다
생리 두통이 까다로운 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매달 같은 자극이 반복됩니다.
뇌는 반복되는 통증 신호에
점점 민감해집니다.
처음에는 호르몬이 많이 떨어져야 두통이 왔다면,
나중에는 작은 변동에도 반응하게 됩니다.
이걸 중추 감작이라고 하는데,
통증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과민해지는 현상입니다.
두통의 강도가 점점 세지거나,
두통이 오는 기간이 길어지는 게 이 때문입니다.
매달 진통제로 버티기만 하면
이 감작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진통제가 잘 안 듣는 이유
생리 두통에 진통제를 먹으면
처음에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통제는 통증 신호를 차단할 뿐,
호르몬 변동과 혈관 반응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진통제를 자주 쓰면
약물 과용 두통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한 달에 10일 이상 진통제를 쓰면
오히려 두통이 더 잦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뇌가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면서,
약이 빠지면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겁니다.
생리 두통 때문에 진통제를 달고 산다면,
이미 이 상황에 들어서 있을 수 있습니다.
같은 호르몬 변동인데 왜 어떤 달은 더 심할까
생리 두통이 있어도 매달 강도가 다릅니다.
어떤 달은 참을 만하고,
어떤 달은 꼼짝을 못 합니다.
호르몬 변동 폭은 비슷한데 왜 그럴까요.
수면, 스트레스, 식사 패턴이
뇌의 민감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혈관 반응성이 높아집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통증 역치가 낮아져서
같은 자극에도 더 아프게 느낍니다.
공복 상태가 길어지면
혈당 변동이 두통을 악화시킵니다.
호르몬 변동은 방아쇠지만,
그 방아쇠에 얼마나 반응하느냐는
몸의 전반적인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매달 반복되는 생리 두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진통제 없이는 버틸 수 없다면,
호르몬 변동에 뇌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구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