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린 것도 아닌데
기침이 멈추지 않습니다.
가래도 없고,
목이 간질거리면서
마른 기침만 나옵니다.
기침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기침의 원인이
폐나 기관지가 아니라
위장에 있을 수 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위에서 올라온 산성 물질이 기관지 점막을 자극하면,
몸은 이물질을 내보내려고 기침 반사를 일으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왜 일반적인 기침 치료가 효과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산이 기관지까지 올라가는 과정
위와 식도 사이에는 괄약근이 있습니다.
이 근육이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이 내려갈 때만 열립니다.
그런데 이 괄약근이 느슨해지면
위 내용물이 거꾸로 올라옵니다.
역류한 위산은 식도를 지나
목구멍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극소량이 기도 쪽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걸 미세 흡인이라고 합니다.
양이 적어서 사레가 들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관지 점막은 위산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아주 작은 양만 닿아도 강한 자극을 받습니다.
기관지 점막에 있는 화학 수용체가
산성 물질을 감지하면,
즉시 기침 반사가 시작됩니다.
몸이 이물질을 내보내려는 방어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자극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매번 역류가 일어날 때마다
기관지는 조금씩 손상을 받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막이 점점 예민해집니다.
처음에는 위산이 닿아야 기침이 났다면,
나중에는 찬 공기나 먼지 같은
가벼운 자극에도 기침이 터집니다.
기침약이 안 듣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한 기침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식도와 기관지가
같은 신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주신경이라는 신경이
식도와 기관지를 동시에 지배합니다.
식도 아래쪽이 위산에 자극을 받으면,
이 신호가 미주신경을 타고 기관지로 전달됩니다.
그러면 위산이 기관지에 직접 닿지 않아도
기침이 납니다.
식도가 자극받는 것만으로
기관지가 수축하고 기침 반사가 일어나는 겁니다.
이걸 식도-기관지 반사라고 합니다.
기침의 원인이 기관지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식도에 있으니,
기관지만 겨냥한 기침약이 효과가 없는 겁니다.
일반적인 기침 억제제는
기관지의 기침 중추를 억제합니다.
하지만 역류로 인한 기침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이 들어옵니다.
약으로 억제해도 자극이 멈추지 않으니
기침도 멈추지 않습니다.
위장과 기관지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구조
여기서 더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기침 자체가 역류를 악화시킵니다.
기침을 할 때 복압이 올라갑니다.
배에 힘이 들어가면서 위가 눌립니다.
그러면 위 내용물이 위로 밀려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역류가 기침을 일으키고,
기침이 다시 역류를 유발합니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누운 자세에서는 중력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위산이 식도로 더 쉽게 올라옵니다.
밤새 미세 흡인이 반복되면서
아침에 기침이 심해집니다.
기관지 점막이 한번 과민해지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제산제로 위산을 줄여도
이미 예민해진 기관지는 쉽게 진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관지만 치료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역류가 계속되는 한 자극은 반복됩니다.
잠깐 나아졌다 싶으면 다시 악화되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스트레스도 양쪽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긴장하면 위산 분비가 늘고
괄약근 기능이 떨어집니다.
동시에 기관지 과민성도 높아집니다.
한쪽만 다루면 다른 쪽이 계속 끌어당기는 구조입니다.
기침의 출발점을 다시 봐야 합니다
감기도 아닌데 마른 기침이 몇 주째 이어진다면,
기관지만 볼 게 아닙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식후에 기침이 심해지거나,
누우면 목이 칼칼해진다면
역류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침이 시작된 곳이 어디인지에 따라
접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기침약을 한 달 넘게 먹어도 낫지 않는다면,
문제가 폐가 아닐 수 있습니다.
위에서 시작된 자극이 기관지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