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느낌만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느낌, 멍하게 흔들리는 느낌, 갑자기 아찔한 느낌.
이 세 가지는 모두 “어지럽다”는 말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경로에서 비롯됩니다.
어지럼증이 반복되는데도 원인을 못 찾겠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하나입니다.
어디서 온 어지럼인지 구분하지 않고 증상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어지럼증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어떻게 스스로 구별해볼 수 있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보려 합니다.
어지럼증을 나누는 첫 번째 기준, 귀에서 온 것인가
어지럼증의 상당수는 귀, 정확히는 속귀(내이)에서 출발합니다.
이것을 전정성 어지럼이라고 부릅니다.
전정기관은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센서인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뇌가 균형 정보를 잘못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때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특징이 있습니다.
–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 고개를 특정 방향으로 돌릴 때 갑자기 심해집니다.
– 눈을 감으면 오히려 더 어지럽거나 몸이 한쪽으로 쏠립니다.
– 구역질이나 구토가 함께 옵니다.
– 귀 울림이나 귀 먹먹함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 또는 누운 채로 고개를 돌릴 때
세상이 빠르게 회전하는 느낌이 든다면
이석증(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훈)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석증은 속귀 안의 작은 칼슘 결정이 제자리를 벗어나
엉뚱한 반고리관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합니다.
보통 30초~1분 이내에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어지럼이 수 시간 지속되고 귀 울림, 귀 먹먹함,
청력 저하가 동반된다면
메니에르병 쪽을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니에르병은 속귀 안의 림프액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전정기관과 달팽이관이 함께 영향을 받는 상태입니다.
귀가 아닌데도 어지럽다면, 몸 전체를 봐야 합니다
전정성 어지럼이 아닌 어지럼증을 비전정성 어지럼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는 귀 자체보다 뇌, 혈압, 자율신경, 심리적 요인 등
여러 경로 중 하나에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비전정성 어지럼의 특징은 조금 다릅니다.
– 빙글빙글 도는 느낌보다는, 멍하거나 흔들리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 고개를 돌리는 것과 무관하게 어지럽습니다.
–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해집니다.
– 서 있을 때 갑자기 눈앞이 아찔하고 식은땀이 납니다.
– 가슴 두근거림, 손발 저림, 두통이 같이 옵니다.
이 중에서 기립성 어지럼은 자율신경이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앉거나 누웠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뇌로 가는 혈류가 순간적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만성 피로, 수면 부족, 탈수 상태에서 더 잘 나타납니다.
심리적 어지럼, 즉 불안이나 과호흡과 연결된 어지럼도 생각보다 흔합니다.
이 경우는 숨을 빠르게 쉴 때나
긴장된 상황에서 갑자기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는 패턴을 보입니다.
공황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증상이 겹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뇌간이나 소뇌 쪽 문제로 오는 어지럼증은
전정성과 증상이 비슷해서 혼동되기 쉽습니다.
한쪽 팔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발음이 이상하거나,
복시(사물이 두 개로 보임)가 동반된다면
이것은 즉시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전정성과 비전정성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자가 체크 방법은
어지럼증이 고개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누운 자세에서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돌렸을 때
세상이 도는 느낌이 몇 초간 강하게 오면 전정성,
움직임과 상관없이 내내 멍하거나 흔들리면 비전정성에 가깝습니다.
어지럼증은 결국 ‘패턴’으로 읽어야 합니다
어지럼증은 한 번만 일어났다가 사라지면 원인을 추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패턴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지럽고, 얼마나 지속되고, 어떤 상황에서 심해지는지를
누적해서 보면 어디서 온 어지럼인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같은 어지럼증이라도
귀에서 온 것인지, 혈압 조절 문제인지, 자율신경의 문제인지,
아니면 심리적 긴장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따라
그 원인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증상 하나만 보고 원인을 단정짓지 않는 것,
그것이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제대로 이해하는 시작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