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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마비 스테로이드 치료 끝났는데 입 비뚤어짐이 아직 남아 있어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스테로이드 치료가 끝났는데도 입꼬리가 여전히 내려앉아 있다면,
그건 치료가 실패한 게 아닙니다.

신경이 회복되는 속도는 약이 끊기는 시점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약을 다 먹었으니 이제 다 나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안면마비에서 스테로이드의 역할은 염증을 줄이는 것이지,
신경을 재생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스테로이드가 끝난 이후부터가,
사실상 신경 회복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안면신경이 회복되는 속도는 왜 이렇게 느릴까

안면신경은 뇌에서 출발해 귀 뒤쪽 좁은 뼈 통로를 지나
얼굴 전체의 표정근으로 뻗어나가는 긴 신경입니다.

이 신경이 염증이나 바이러스로 손상되면,
신경 내부의 축삭이라는 전기 신호 통로가 망가집니다.

축삭이 다시 자라나는 속도는 하루에 약 1~3mm 정도에 불과합니다.

귀 뒤에서 입꼬리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완전한 회복에 수개월이 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축삭이 뻗어나갔다고 해서 기능이 곧바로 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신경이 근육에 닿는 지점,
즉 신경근 접합부에서 다시 연결이 이뤄져야 비로소
근육이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입 비뚤어짐이 오래 남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신경이 돌아오면 모든 게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안면신경이 손상되고 재생되는 과정에서
신경 섬유가 엉뚱한 근육에 연결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눈을 감으려 할 때 입꼬리가 따라 움직이거나,
웃을 때 눈이 찡그러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걸 연합운동이라고 부르는데,
이 자체가 신경이 재생되고 있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회복이 뒤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입 비뚤어짐이 오래 지속되는 또 다른 원인은
근육 자체의 위축과 긴장 불균형입니다.

신경 신호가 끊긴 동안 표정근은 점점 힘을 잃습니다.
반대쪽 근육은 계속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양쪽 균형이 어긋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신경근 접합부의 재연결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근육이 적절한 신호를 받고, 실제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연결 상태를 다시 공고히 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움직임 없이 기다리기만 하면,
신경은 재생되어도 근육은 그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회복의 속도뿐 아니라 회복의 질이 달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회복 중인 신경에게 ‘방향’도 중요합니다

안면마비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신경이 재생되는 과정 자체를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재생되는 축삭은 방향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합니다.
손상 이전의 경로가 남아 있으면 그 길을 따라가지만,
경로가 지워지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무작위로 뻗어나갑니다.

연합운동, 즉 눈이랑 입이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후유증을 줄이는 핵심은 재생 초기부터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체계를 올바르게 유도하는 것입니다.

스테로이드를 끊은 이후의 시간이 사실 더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표정근이 얼마나 정밀하게 움직임을 회복하느냐가
최종 회복 상태를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끝났다고 몸이 다 나은 게 아니듯,
회복도 치료가 끝난 그 시점부터 새로운 국면이 시작됩니다.

입 비뚤어짐이 아직 남아 있다면,
지금 신경이 어떤 방향으로 재생되고 있는지,
근육은 그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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