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발표가 있는 날 아침,
배가 뒤틀립니다.
회의 중에 갑자기
속이 꼬이는 듯한 통증이 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김없이
위장이 반응합니다.
내시경을 해봐도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스트레스만 받으면
배가 아픈 걸까요?
마음의 문제가 위장으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경로가 있습니다.
뇌와 장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약 5억 개의 신경세포가
위와 장 벽에 분포해 있습니다.
이걸 장관신경계라고 부르는데,
‘제2의 뇌’라고도 합니다.
이 장관신경계와 뇌는
미주신경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뇌에서 느끼는 감정이
직접 위장에 전달됩니다.
반대로 위장의 상태도
뇌에 영향을 줍니다.
이 양방향 소통 체계를
뇌-장 축이라고 부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장으로 신호가 갑니다.
그 신호가 위장관의 움직임을 바꾸고,
분비물을 조절하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듭니다.
스트레스가 위장에 미치는 영향
스트레스 상황에서 몸은
싸우거나 도망치기 위해 준비합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이때 소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립니다.
위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소화 기능이 억제됩니다.
그런데 동시에
위산 분비는 오히려 늘어납니다.
위벽을 보호하는 점액 분비는 줄고,
공격하는 위산은 느는 겁니다.
이 불균형이 위점막을 자극합니다.
여기에 위장관 운동 이상이 더해집니다.
교감신경이 과항진되면
위 근육이 경련을 일으킵니다.
꼬이는 듯한 통증,
쥐어짜는 듯한 느낌.
이게 위 경련의 증상입니다.
내장 감각이 예민해져 있습니다
신경성 위염이 있는 분들은
정상인보다 내장 감각이 예민합니다.
같은 자극에도
더 크게 통증을 느낍니다.
통증 역치가 낮아져 있는 겁니다.
위가 늘어나거나,
가스가 차거나,
음식이 지나가는 정상적인 움직임도
통증으로 인식됩니다.
이건 말초 신경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뇌에서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 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뇌의 통증 억제 시스템이 약해집니다.
원래라면 걸러져야 할 신호가
그대로 통과합니다.
그래서 별것 아닌 자극에도
배가 뒤틀리는 통증을 느끼는 겁니다.
위장과 마음이 서로를 악화시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위장 증상을 만들고,
위장 증상이 다시 스트레스를 만듭니다.
배가 아플 것 같다는 불안이
실제로 배를 아프게 만듭니다.
중요한 자리에서 또 아프면 어쩌나 하는
예기 불안이 생깁니다.
이 불안 자체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위장관 증상을 유발합니다.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겁니다.
특정 상황을 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회식을 피하고,
발표를 피하고,
긴장되는 상황은 전부 피합니다.
하지만 피할수록
그 상황에 대한 불안은 커집니다.
다음에 피할 수 없을 때
증상은 더 심해집니다.
위산 억제제를 먹으면
일시적으로 나아집니다.
하지만 신경계의 과민성이나
뇌-장 축의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악화되는 이유입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이유
내시경에서 이상이 없다는 말은
위점막에 눈에 보이는 염증이나
궤양이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신경성 위염의 문제는
눈에 보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신경계의 기능적 이상입니다.
장관신경계의 과민성,
뇌-장 축의 조절 이상,
자율신경의 불균형.
이건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해서
통증이 가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통증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 뒤에는 명확한 기전이 있습니다.
위산과 점막의 균형을 맞추는 것,
자율신경의 조절력을 회복하는 것,
내장 과민성을 낮추는 것.
이 요소들이 함께 다뤄져야
반복되는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