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떨린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는 아닙니다.
가장 흔하게 혼동되는 두 가지가 바로
파킨슨병과 본태성 진전인데요.
이름도 낯설고, 증상도 비슷해 보여서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는 떨리는 상황도 다르고,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전혀 다릅니다.
떨림은 언제 일어나느냐가 핵심입니다
본태성 진전은 손을 들거나 움직일 때,
즉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에 떨림이 심해집니다.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쓸 때, 컵을 들 때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죠.
반면 파킨슨병의 떨림은
가만히 쉬고 있을 때 오히려 더 잘 나타납니다.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에서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양을
“환약 굴리기 동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움직일 때 떨리면 본태성 진전,
쉬고 있을 때 떨리면 파킨슨을 먼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본태성 진전은 뇌에서 운동을 조율하는 소뇌 회로와
시상 사이의 신호 흐름이 과도하게 진동하면서 생깁니다.
파킨슨병은 뇌 깊은 곳의 흑질이라는 영역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세포가 서서히 줄어드는 과정입니다.
도파민이 줄면 근육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저핵 회로 전체의 균형이 흔들립니다.
그 결과 떨림뿐 아니라 몸이 굳고,
걸음이 느려지고, 표정이 줄어드는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 겁니다.
떨림 하나만 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손떨림이 생기면
손만 들여다보게 됩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하는 건 조금 다릅니다.
파킨슨병의 경우,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자율신경계에 변화가 시작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비가 수년 전부터 생겼거나,
냄새를 잘 못 맡게 되거나,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일이
생겼다면 단순히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파킨슨병의 전구 증상으로
알려진 패턴입니다.
손이 떨리기 훨씬 전부터 장 신경계와
후각 신경, 수면을 조율하는 뇌간 영역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본태성 진전도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떨림 자체는 일상을 불편하게 하지만
수명이나 전반적인 신경 기능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카페인, 갑상선 기능 항진
같은 요소들이 본태성 진전을 눈에 띄게 악화시킵니다.
즉, 같은 본태성 진전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율신경계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일상 속 떨림의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떨림이라는 결과물만 보지 않고
그 떨림을 키우거나 줄이는
몸 전체의 조건을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구별이 어렵다면, 몸의 흐름을 같이 봐야 합니다
파킨슨병과 본태성 진전은 생긴 원인도,
몸에 미치는 영향도 다릅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몸 전체의 조건과 무관하게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파킨슨병이라면 운동 증상만큼이나
수면, 소화, 정서 안정이라는 축이
함께 흔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태성 진전이라면
자율신경계의 각성 수준을 낮추는 것이
떨림의 빈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데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쪽이든 손 하나만 따로 보는 시각으로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습니다.
손떨림은 몸 어딘가에서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차분히 추적하는 과정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