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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두통 초등학생 아이가 자꾸 머리 아프다는데 꾀병은 아닌가요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아이가 학교 가기 싫을 때만 머리 아프다고 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꾀병을 의심하는 건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런데 소아 편두통은 어른의 편두통과
꽤 다른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아이가 정말 아픈 거지만,
어른 기준으로 보면 영 이상하게 보이는 겁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가 배가 아프다고 하고,
토할 것 같다고 누웠다가 잠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패턴, 사실 소아 편두통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왜 이렇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꾀병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생리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소아 편두통, 어른과 왜 이렇게 다를까

편두통은 뇌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현상입니다.
삼차신경과 뇌혈관 주변의 신경 말단에서
염증성 물질이 분비되고,
이것이 박동성 두통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초등학생 아이의 뇌는 아직 이 시스템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신경 발달이 진행 중인 시기에는
통증 신호의 조절이 불안정합니다.
같은 자극이 들어와도
어떤 날은 두통으로, 어떤 날은 복통으로,
어떤 날은 구역감으로 번갈아 나타날 수 있죠.

이를 두고 편두통의 동등 증상이라고 합니다.
두통, 복통, 구역, 어지럼증이
같은 신경 기전에서 나오는 다른 표현인 겁니다.

실제로 소아 편두통의 절반 이상에서
복통이나 구역이 두통과 함께, 혹은 두통 대신 나타납니다.
아이가 “배 아프다”고 말했을 때
두통을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꾀병과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포인트

가장 중요한 단서는 수면 후 회복입니다.
소아 편두통은 잠들고 나면 증상이 빠르게 가라앉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건 꾀병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점입니다.

수면 중에는 통증 조절 물질인 세로토닌 균형이 재조정되고,
과각성 상태였던 신경계가 안정을 찾습니다.
그래서 30분~1시간 누워 있다 일어나면
씻은 듯 나았다고 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빛과 소리에 대한 반응입니다.
편두통 발작 중에는 빛이 눈부시고 소리가 크게 느껴지는 과민반응이 동반됩니다.
아이가 불 끄고 조용한 곳에 있고 싶어 한다면,
이건 의미 있는 신호입니다.

세 번째는 반복성과 패턴입니다.
꾀병이라면 특정 상황에만 집중되겠지만,
편두통은 수면 부족, 공복, 날씨 변화, 특정 냄새 같은
유발 요인에 반응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는 날뿐 아니라
주말 아침이나 운동 후에도 아프다고 한다면
패턴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아이들은 두통의 위치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처럼 “한쪽만 아파요”가 아니라
“머리 전체”, “이마 쪽”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지속 시간도 어른의 편두통보다 짧습니다.
1~2시간 만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나중에 말하면 부모도 반신반의하게 되는 겁니다.

아이의 신호를 다시 읽어보는 시간

꾀병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아프다고 하는지
패턴을 한번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게 보입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어떻게 나았는지.
이 네 가지 흐름이 반복된다면,
그건 아이의 신경계가 보내는 일관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어휘는 한정되어 있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는 꽤 정직합니다.

소아 편두통은 조기에 패턴을 파악할수록
아이가 겪는 반복적인 고통을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자꾸 흘려듣기보다,
그 말 뒤에 있는 맥락을 찾아보는 것이
먼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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