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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으로 인한 건망증과 집중력 저하, 치매가 아닐 수 있습니다

변성범 원장
변성범 원장
한의학박사 · 한방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원장 소개 →

최근 들어 깜빡하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물건을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고,
하려던 말이 입에서 맴돌다 사라집니다.

회의 중에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이 잦아졌습니다.

혹시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 중 상당수는
뇌의 기질적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불안이
기억력을 갉아먹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이 뇌의 기억 회로를 방해하는 원리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만들어집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해마가 이를 정리하고 저장합니다.

그런데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계속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이 높은 상태가 오래되면
해마 기능이 떨어집니다.

해마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줄어듭니다.

방금 들은 말, 방금 한 행동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겁니다.

집중력 문제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불안할 때 뇌의 편도체가
과하게 활성화됩니다.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는 부위입니다.

이곳이 과활성화되면
뇌의 자원이 경계 모드에 집중됩니다.

정작 집중해야 할 일에
쓸 에너지가 남지 않게 됩니다.

이 상태를 가성 치매라고 부릅니다.

뇌 자체의 손상 없이
정서적 원인으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기억력 저하가 다시 불안을 키우는 구조

불안으로 인한 건망증의
까다로운 점이 있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면
그 자체가 새로운 불안의 원인이 됩니다.

“내가 정말 이상해진 건가?”

“치매 초기 아닐까?”

이런 걱정이
또다시 코르티솔을 올립니다.

해마는 더 위축되고,
기억력은 더 나빠집니다.

불안이 건망증을 만들고,
건망증이 불안을 키우는
되먹임 구조가 형성됩니다.

수면과 자율신경이 함께 무너질 때

수면도 중요한 고리입니다.

불안한 사람은 잠들기 어렵고,
자도 깊이 자지 못합니다.

수면 중에 해마는
낮에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옮깁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다음 날 기억이 희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불균형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에서는
몸이 늘 긴장해 있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생존 모드를 유지합니다.

기억하고 학습하는 기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납니다.

기존 접근이 한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억력 보조제만 먹거나,
두뇌 훈련만 해서는
근본 원인인 불안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항불안제만 복용해도
수면 패턴이나 자율신경 불균형이
그대로라면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뇌가 아니라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불안으로 인한 건망증과 집중력 저하는
뇌의 노화나 손상이 아닙니다.

정서적 원인으로 생긴 문제라면
정서가 안정되었을 때
회복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성 치매는
불안과 우울이 해소되면서
인지 기능이 상당 부분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건
기억력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불안감이 높아지지 않았는지,
수면의 질은 어떤지,
늘 긴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망증의 원인이 마음에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도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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