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꽉 막힌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러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찾아온다면,
속귀 안에서 액체의 압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지러움만 따로,
귀 먹먹함만 따로 다루려 합니다.
하지만 이 증상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속귀 안에 흐르는 림프액이 넘쳐나면서
청각과 균형감각이
동시에 흔들리는 겁니다.
왜 이 액체가 넘치는지,
그리고 왜 한번 시작되면 반복되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면 이 병이
왜 다루기 어려운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속귀 안의 압력이 무너지는 과정
속귀에는 내림프액이라는
액체가 들어있습니다.
이 액체가 달팽이관에서 소리를 전달하고,
전정기관에서 몸의 균형을 감지합니다.
핵심은 이 액체의 양이
정밀하게 조절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들어지는 만큼 흡수되어야 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액체가 점점 차오릅니다.
액체가 과도하게 차면
속귀 안의 얇은 막에 압력이 걸립니다.
귀가 꽉 찬 듯한 느낌은
바로 이 압력 때문이죠.
소리가 뭉개지고 웅웅거리는 이명이
생기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여기서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집니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막이 찢어지면,
칼륨 농도가 높은 내림프액이
바깥 공간으로 쏟아집니다.
이 순간 전정신경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격렬한 회전성 어지러움이
터져 나오는 겁니다.
막이 찢어졌다 아물고,
다시 액체가 차고,
또 찢어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발작이 불규칙하게 되풀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림프액 하나가 아니라 속귀를 둘러싼 조건들이 엮여 있다
림프액이 많아져서 생긴 문제라면,
수분을 빼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속귀에서 림프액을 흡수하는 내림프낭은
단순한 배수구가 아닙니다.
면역 기능도 수행하는 구조물인데,
전신에 염증이 지속되면
이 흡수 기능 자체가 떨어집니다.
림프액을 아무리 줄이려 해도
흡수하는 쪽이 망가져 있으면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속귀의 미세혈관도 깊이 관여합니다.
이 혈관들은 자율신경이 조절하는데,
교감신경이 과하게 항진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속귀 혈류가 줄어듭니다.
혈류가 줄면 림프액의 생성과
흡수 균형이 더 흔들리죠.
발작을 겪은 사람은
“또 올까”하는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 불안이 교감신경을 더 자극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높입니다.
이 호르몬은
체내 수분 저류를 촉진합니다.
속귀의 림프액 압력을 밀어올리는 조건이
스트레스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뇨제가 일시적으로만
효과 있는 이유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수분량을 줄여도 흡수 기능 저하,
불안정한 혈류,
스트레스에 의한 체액 저류가 그대로면
결국 다시 차오릅니다.
반복될수록 속귀 세포는
비가역적으로 손상됩니다.
처음에는 발작 후 청력이 돌아오지만,
횟수가 쌓이면
저음부터 영구적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압력은 결과이고, 압력을 만드는 조건이 본질이다
이 질환에서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증상이 극적이기 때문에
어지러움을 멈추는 데만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회전성 어지러움은
막이 찢어진 결과입니다.
막이 찢어진 건 압력이 쌓인 결과이고,
압력이 쌓인 건 흡수가 안 되고
혈류가 불안정하고
스트레스가 체액을 밀어올린 결과입니다.
발작을 멈추는 것과
발작이 반복되는 조건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약으로 어지러움을 억누르면
당장은 편하지만,
속귀 안에서 림프액이 차고 빠지는
불안정한 흐름은 조용히 계속됩니다.
이 병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청력을 앗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발작 사이의 조용한 시간이
진짜 괜찮은 게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압력은 다시 쌓이고,
매번 막이 손상될 때마다
속귀는 조금씩
회복력을 잃어갑니다.